미국으로 도피한 홍콩 민주화 활동가의 부친이 딸의 도주자금 마련을 도와 '홍콩판 국가보안법'인 국가안보수호조례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홍콩 당국에 체포됐다.
3일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30일 68세 남성과 35세 남성 등 2명을 국가안보수호조례 위반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도주범의 자금을 직·간접적으로 처리하려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들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미국에 거주 중인 민주화 운동가 애나 궉(28)의 부친과 오빠라고 보도했다.
홍콩 언론들은 부친이 해외에서 애나 궉을 만났으며, 홍콩으로 돌아온 뒤 아들의 도움을 받아 애나 궉이 가입한 보험금 11만 홍콩달러(약 2천만원)를 받으려 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 사건에 대해 "탈주범의 자금 처리 지원과 관련해 홍콩 경찰이 국가안보수호조례를 적용한 첫 번째 사례"라고 전했다.
SCMP도 검찰이 지난해 3월 통과된 국가안보수호조례에 따라 수배자 가족에게 관련 혐의를 처음 제기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도피자의 자금 처리를 돕는 것이 최대 7년형을 받을 수 있는 중대 범죄라고 경고하고 있다.
애나 궉은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활동한 민주화 운동가로 2020년 홍콩을 떠나 현재 미국 워싱턴DC에서 비영리 단체인 '홍콩민주주의위원회'(HKDC)의 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애나 궉은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현상금을 내건 해외 체류 민주화 인사 19명 중 하나다. 홍콩 경찰은 '외국 세력과 공모'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그를 수배하고 100만 홍콩달러(약 1억8천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에 놀란 중국 당국은 이듬해 국가 차원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해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홍콩 당국은 지난해 3월 홍콩국가보안법을 보완하는 성격의 지방법인 국가안보수호조례를 제정해 국가 분열과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 결탁 등 39가지 안보 범죄를 규정하고 처벌 조항을 마련했다.
'홍콩판 국가보안법'으로 불린 이 법은 반정부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외부 세력과 결탁 시 최대 14년, 외세와 함께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퍼트리는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등 모호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유엔 등은 홍콩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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