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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폐지 앞장섰던 전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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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3 11:33:03 수정 : 2025-05-03 11: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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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라이언, 91세 일기로 사망
젊은 시절 주한미군에서 복무도
한때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돼
퇴임 후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

미국에서 사형제 폐지 운동에 앞장서 한때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조지 라이언 전 일리노이주(州) 주지사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라이언은 이날 일리노이주 칸카키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그는 사망 전에 호스피스 치료를 받고 있었다.

 

조지 라이언(1934∼2025) 전 미국 일리노이주 주지사. AP연합뉴스

라이언은 1934년 2월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약사인 그는 미시간주 페리스 주립대 약대에 진학했다. 당시만 해도 징병제가 있던 시절이라 라이언은 20세이던 1954년 육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주한미군에서 13개월가량 복무했다. 6·25 전쟁 직후 안보가 극히 불안했던 한국에서 군대 생활을 한 것이다.

 

1956년 군에서 제대한 라이언은 학업을 마치고 정식 약사가 되었다. 일리노이주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차츰 지역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30대 후반이던 1979년 공화당 소속으로 일리노이주 주의회 하원의원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주의회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하원의장, 부지사 등을 차례로 거쳐 1999년 주지사에 당선됐다. 작은 마을의 약사로 출발해 미국 3대 도시 중 하나인 시카고를 품고 미국 50개주 가운데 인구가 6번째로 많은 일리노이주의 행정 수반으로 올라선 것이다.

 

주지사 시절 라이언은 이념보다 실용주의를 우선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래서 공화당 소속임에도 민주당 정치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주로 골프장이나 술집 등에서 민주당 주의회 지도부와 회동한 뒤 타협을 성사시키곤 했다. 주지사 취임 직후인 1999년 그는 미국에서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 논란을 일으켰다. 카스트로가 일으킨 혁명으로 쿠바가 공산주의 국가가 된 뒤 미국의 현직 주지사가 카스트로를 대면한 사례는 라이언이 처음이었다.

 

2006년 3월 조지 라이언 전 미국 일리노이주 주지사가 현직 시절의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에 관한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라이언을 유명인으로 만든 것은 사형제 폐지 운동이다. 그는 2000년 주지사로서 살인범 1명의 사형 집행을 재가한 뒤 인간적 고뇌에 사로잡혔다.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면 그 억울함을 영영 풀어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남은 주지사 임기 내내 사형을 단 한 건도 집행하지 않았다. 2003년 주지사에서 물러나기 직전 라이언은 일리노이주의 사형수 167명 전원에 대해 종신형 감형 또는 사면 조치를 내렸다. 이 일로 그는 노벨평화상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주지사에서 물러난 뒤 라이언의 인생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재직 시절의 뇌물수수 등 비리 혐의가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는 신세가 된 것이다. 2006년 미국 연방법원은 뇌물수수는 물론 공갈, 갈취, 탈세, 돈 세탁 등 라이언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판결에 승복하고 일리노이주 유권자들에게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사죄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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