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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다녀간 서산 해미읍성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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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3 11:00:00 수정 : 2025-05-03 10: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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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2014년 한국방문때 천주교 박해 역사 해미읍성 찾아/300년 회화나무에  천주교도 철사줄 고문 흔적 그대로/2만평 유기방 가옥엔 노란 수선화 물결 가득/‘충남 레트로 낭만 열차’ 운행 시작/103년 역사 장항선 타고 충남 명소 탐방

 

유기방 가옥 수선화.

흙 마당 위로 아담하게 놓인 백 살 넘은 고택 한 채. 수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은 모진 풍파 잘 버티고 고요의 바다로 나선 노인의 평온한 얼굴을 닮았다. 고택 너머로 삼백 살 소나무숲까지 펼쳐지니 여백의 미 넘치는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소나무 밑동을 온통 노랑으로 채색한 수선화의 물결. 앞마당에 저절로 자란 꽃 한 송이 너무 예뻐 뒷동산에 하나둘 심기 시작한 수선화는 이제 2만평 광활한 꽃밭이 돼 해마다 노란 봄소식 전한다.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유기방 가옥 수선화 꽃밭 가보셨나요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이문안길 유기방 가옥 입구로 들어서자 신나는 라이브 연주가 흘러나온다. 1980년대 후반 ‘새벽 아침’, ‘파초’ 등의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은 쌍둥이 가수 ‘수와진’의 형 안상수가 녹슬지 않은 기타 솜씨와 목소리를 뽐내며 흥을 돋우고 있다. 요즘도 전국의 축제를 찾아다니며 공연을 펼치는 그는 사단법인 ‘수와진의 사랑더하기’를 설립해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니 참 값진 인생이다.

 

유기방 가옥 입구부터 노란 수선화가 방긋 웃으며 반긴다. 삼각대까지 챙긴 연인들은 꽃보다 예쁜 서로를 찍어주느라 분주하다. 오랜만에 노모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50대 딸이 “우리 엄마 꽃보다 훨씬 예쁘네”라며 엄지를 치켜세우자 노모 얼굴엔 소녀처럼 수줍은 미소가 번진다. 언덕을 따라 펼쳐지는 수선화 물결은 가도 가도 끝이 나질 않는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수선화가 한꺼번에 핀 풍경은 처음이다. 

 

유기방 가옥 수선화,
유기방 가옥 수선화.

2만평에 달하는 수선화 꽃밭은 고택 주인 유기방씨가 30년 넘는 세월 동안 매일 일군 위대한 작품이다. 조선시대 말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가옥은 토담이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게 둘러싸고 있다. 담 너머는 과거 온통 대나무밭이었는데 매년 쑥쑥 자라는 대나무 뿌리가 토담을 자꾸 무너뜨리자 집주인은 고민 끝에 4년에 걸쳐 대나무를 모두 뽑아버렸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고택을 더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에게 마당에 핀 수선화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고 봄이면 노란 물결로 출렁거리는 뒷산 풍경이 그려졌다. 이에 그는 수선화 구근 심기에 나섰고 30년이 훌쩍 흘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수선화 꽃밭이 만들어졌다.

 

유기방 가옥.
유기방 가옥.

유기방 가옥에는 350년 된 비자나무, 400년 된 천연기념물 감나무도 만난다. 높이 20m, 둘레 4.5m 비자나무는 여미리에 정착한 이택이 숙종 1년(1675) 제주도에서 가져와 마을 뒷산에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기방 가옥에서는 널뛰기, 그네타기 등 각종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고 한복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유기방 가옥 꽃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수선화가 지면 6월까지 청벚꽃과 보랏빛 알리움이 화사하게 피고 꽃 같은 황금회화나무도 노란빛을 선사한다. 또 4~7월 샤스타데이지, 5~9월 노란 장미, 8~9월 자홍색 배롱나무, 9~10월 가을 전령사 코스모스가 청명한 하늘 아래 활짝 펴 가을 정취를 만끽하게 만든다.

 

해미읍성.
해미읍성 복사꽃.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다녀간 해미읍성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서산시 해미읍성과 당진시 솔뫼성지 등을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이 해미읍성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천주교 박해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1866∼1872년 천주교 박해 때 무려 1000명이 넘는 충청도 지역의 신자가 해미읍성으로 끌려와 갖은 고문 끝에 순교했다.

 

해미읍성 진남문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솟아오른 300살 넘은 회화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천주교도들은 이 나무의 동쪽으로 뻗은 가지에 철사줄로 머리채가 매달린 채 고문당했는데 철사줄이 박혀 있던 흔적이 현재까지 남아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전한다. 갖은 고문에도 굴하지 않던 신도들은 해미읍성 밖의 자리개돌에서 잔인한 태질을 당하며 죽어갔다.  성지는 천주교도 1000여명이 묻힌 곳으로 사약, 몰매, 교수형, 참수형, 동사, 생매장, 수장형 등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됐다. 교황청은 천주교 박해과정에서 희생된 무명 순교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2020년 11월 해미순교성지를 국제성지로 지정해 2021년 3월 최종 선포했다.

 

해미읍성 회화나무.

 

 

 

 

해미읍성 내아.

해미읍성은 순천 낙안읍성, 고창 고창읍성과 함께 원형이 잘 보존된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꼽힌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덕산에 있던 병마절도사영을 해미읍성으로 옮기면서 1417년(태종 17년)부터 성을 쌓기 시작해 1491년(성종 22년)에 완성됐다. 해미읍성은 1652년(효종 3년) 병마절도사영이 청주로 옮겨가기 전까지 230여년 동안 충청도의 군사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순신 장군도 1579년 무과에 급제한 뒤 세 번째 관직을 받아 이곳에서 충청병마절도사 군관으로 10개월 동안 근무했다. 해미읍성으로 들어서면 가슴이 시원하게 탁 트이는 넓은 잔디가 펼쳐지는데 높이 5m, 둘레 1800m 성곽으로 둘러싼 해미읍성은 면적 19만6400㎡로 광활하다. 현재 동헌, 객사, 내아, 옥사, 민속가옥 등이 복원돼 볼거리가 많다. 동헌으로 들어서 왼쪽 내아로 들어서자 복사꽃이 예쁘게 피어 여행자를 반긴다. 고풍스러운 한옥이 돋보이는 내아 건물은 관리들의 생활공간으로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했다.

 

간월암.
간월암.

◆레트로 낭만열차 타고 충남여행 떠나볼까

 

서산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부석면 간월도리 간월암이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아주 작은 암자이지만 주말에 단체 여행객들이 찾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하루에 두 차례 만조 때는 섬이 되고 간조 때는 뭍이 되는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어서다. 특히 만조 때에는 암자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처럼 보여 연화대(蓮花臺)라는 이름을 얻었다. 저녁노을 무렵 간월암을 찾으면 환상적인 서해 낙조도 즐길 수 있다.

 

간월암 팽나무.

만조 때는 작은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는데 간월암에 도착하니 간조 때라 바닷길이 훤히 드러나 있다. 간월암에 여러 차례 와봤는데 물이 없을 때는 처음이라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멀리까지 물러난 바다를 배경으로 기암괴석 위에 아담하게 앉은 암자는 속세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덜어낸 욕심 없는 이의 얼굴을 닮은 듯 소박하다. 간월암은 한자로 ‘볼 간(看)’과 ‘달 월(月)’을 쓰는데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서산의 유명한 음식은 어리굴젓으로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어리굴젓을 보낸 뒤 궁중의 진상품이 됐다. 지금도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 군왕제’가 매년 정월 보름날 만조 때 간월도리 어리굴젓 기념탑 앞에서 펼쳐진다.

 

간월암 등대.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

서산의 매력적인 여행지를 편안하게 즐기려면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1960~1980년대 기차여행의 낭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는 103년 역사의 장항선을 타고 충남의 명소를 탐방한다. 열차의 주요 방문지는 서산(서산한우목장, 개심사, 해미읍성, 해미시장), 예산(예당호출렁다리, 수덕사, 은성농원, 예산시장), 홍성(문당환경마을, 김좌진기념관, 스카이타워, 광천젓갈김시장), 보령(개화예술공원, 성주산자연휴양림, 상화원, 대천해수욕장), 서천(국립생태원, 장항송림욕장, 스카이워크, 6080맛나로), 태안(연옥당, 천리포수목원, 신두리해안사구, 태안시장)이다. 참가자들은 역에서 시티투어 버스로 갈아타고 관광해설사와 함께 관광지, 맛집, 오일장 등 전통시장, 축제 현장 등을 여행한다. 열차 노선이 없는 서산과 태안은 홍성역에서 버스를 탄다. 열차 안에서는 낭만이 넘치는 통기타 공연, 신나는 아코디언 연주, 추억의 간식 제공, 흑백교복 사진찍기, 딱지치기, 비석치기 등 레트로 감성 가득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또 퀴즈 등을 통해 푸짐한 지역 특산품도 증정되며 되돌아가는 열차에서는 로컬재료로 준비한 추억의 도시락도 즐길 수 있다. 4월 23일 첫 출발한 레트로 낭만열차는 올해 상반기 5월 17일과 30일, 6월 14일 진행되며 하반기 일정은 미정이다.


서산=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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