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외교부 “나치 같은 세력의 재등장 막아내야”
6일 출범할 독일 새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
독일의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반(反)헌법적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돼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에 오르자 미국 행정부가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독일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있어 새 정부가 미국을 의식해 극단주의 단체 지정을 취소할 것인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이 외국의 내정에 간섭했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일(현지시간) AF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날 독일 헌법수호청이 AfD를 반헌법적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 감시하기로 한 것을 맹비난했다. 헌법수호청은 독일 내무부 산하의 국내 정보기관으로 우리로 치면 국가정보원에 해당한다.

루비오 장관은 “독일은 정보기관에 야당을 감시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부여했다”며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정(tyranny)”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독일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진정으로 극단주의적인 것은 최근 총선에서 2위에 오를 만큼 국민 사이에 인기가 많은 AfD가 아니라 AfD가 반대하는 치명적인 국경 개방 이민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AfD는 지난 2월 독일 총선에서 152석을 얻으며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이은 제2당이 되었다. 국경 봉쇄와 불법 이민자 추방을 공약으로 내건 AfD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상당히 닮았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AfD에 상당한 호감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강하게 반발했다. 독일 외교부는 나치 세력이 독일을 장악했던 아픈 과거사를 언급하며 “우리는 역사를 통해 우익 극단주의를 멈춰 세워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fD의 극단주의 단체 지정은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진 뒤 결정됐다”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라고 단언했다.

현재 독일은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한 상태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SPD가 지난 2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 원내 1당으로 부상한 CDU/CSU 연합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가 오는 6일 새 총리로 취임해 정권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보수 성향의 CDU/CSU 연합은 국경 단속 및 이민 규제 강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만큼 미 행정부의 우려를 수용해 AfD에 대한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이 초강대국 지위를 남용해 독일에 내정 간섭을 했다는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머스크는 2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AfD를 지지해 “왜 미국 기업인이 남의 나라 정치에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는 비난을 받았다. 미 행정부 2인자인 J D 밴스 부통령도 독일 총선 직전에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했을 당시 독일 주요 정당들이 AfD를 극우 세력으로 규정하고 “연정 파트너로 삼지 않겠다”며 따돌리는 현실을 규탄했다. 그는 AfD의 알리스 바이델 대표와 만나 회담하는 것으로 AfD에 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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