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는 처음
대통령 재판 정지 개정안도 상정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밤 국회 본회의를 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소추안 표결을 시도했다. 추가경정예산안 설명을 위해 국회를 찾았던 최 부총리는 탄핵 표결 도중 사퇴했고,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표를 수리하며 표결은 불성립됐다. 민주당의 최 부총리 탄핵 추진은 같은 날 대법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한 ‘화풀이성’이나 다름없다. 국정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대권만을 염두에 둔 몰염치한 처사다.

최 부총리의 사퇴로 2일 0시부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물려받게 됐다. 권력 승계서열 3위인 사회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게 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불과 4개월여 전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은 데 이어 이제는 사회부총리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기가 찰 노릇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과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로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은 개점휴업 상태다. 여기에 더해 경제사령탑의 부재 상황까지 겹쳤다. 이제 국정 운영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다. 정부 직제상 국무위원 정원은 총 19명으로, 이 가운데 5석이 공석이다. 지난해 2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임 이후 후임 장관이 임명되지 않았고,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각각 사임했다. 지난달 8일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위해 자리를 떠났고, 전날 최 부총리도 사퇴했다. 국무회의 규정엔 국무위원 11명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게 돼 있어 국무회의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는 하나, 이게 정상적인 정부라고 할 수 있겠나.
이 권한대행의 경우 경제보다는 교육 전문가로서 주된 경력을 쌓아왔다. 그렇기에 미국의 통상 압박 등 외부 악재와 계속되는 내수 부진 등 국내 경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작지 않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가속하면서 안보 불안도 심화하고 있다. 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 지도 미심쩍다. 결과적으로 도움을 줘도 모자랄 판에 다수 의석을 무기로 최 부총리를 탄핵하려 한 민주당의 행태는 국정 공백의 장기화를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설상가상 민주당은 2일 오후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상정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며 “헌법 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키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이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해, 향후 재판이 계속될 경우 이재명 후보의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때문이다. 이 후보 개인에 대한 특혜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더 이상의 입법 폭주를 멈춰야 한다. 민주당의 통찰과 자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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