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국회에서 6·3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통령 임기 단축과 개헌, 미국과의 통상 현안 해결, 국민 통합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은 그는 자신을 “이길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이자 “좌나 우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또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조정하는 분권형 개헌이 이뤄지면 현행 헌법상 보장된 5년 임기를 무시하고 취임 후 3년 안에 물러나겠다고 다짐했다. 임기 단축과 개헌 연계는 눈에 띄는 내용이긴 하나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아 공허하게 들린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개헌 필요성을 적극 강조하며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분들과는 누구와도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에 소극적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배제한 이른바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출범 구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헌법 개정의 열쇠를 쥔 세력이 국회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이라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질주하는 이 후보 측이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에 찬성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한 전 총리에게 민주당을 설득할 정치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 통합 역시 올바른 방향인 것은 맞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전이 없어 아쉽다. 한 전 총리는 “좋은 일자리, 쾌적한 주택, 편리한 교통, 질 좋은 의료 등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들을 찾아 최고의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당연히 해야 하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이다. 가령 지금 윤석열정부 시절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전국 의대 교육이 1년 넘게 파행을 겪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이를 어떻게 해결해 ‘질 좋은 의료’를 구현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한 전 총리는 출마 선언 후 ‘탄핵을 당한 윤석열정부 총리로서 출마 명분이 없다’는 기자의 지적에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해 가면서 국리민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답했다. 뜬금없는 동문서답이 아닌가. 한 전 총리는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나면 김문수, 한동훈 후보 가운데 승자와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정부 총리로서 윤 전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등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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