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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와인 품종은?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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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2 14:19:40 수정 : 2025-05-02 15: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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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3사 판매 와인 품종 소비뇽블랑 1위/2025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 서울(5월 3일), 부산(5월 24일)서 열려/25개 와이너리 수백종 와인 선보여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 공연팀. 최현태 기자

와인을 오픈하자 봄날의 꽃향기처럼 비강으로 사정없이 파고드는 라임, 구즈베리, 감귤의 상큼한 과일향. 생기발랄한 산도는 한 모금만 마셔도 나른한 봄날 햇살에 무거워지던 눈 커플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며 입꼬리에 미소가 걸립니다. 바로 봄을 닮은 품종 소비뇽블랑 와인입니다. 이 품종 고향은 뉴질랜드. 이곳에서 요즘 각광받는 또 하나의 품종이 피노누아랍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요즘, 짙은 장미꽃향이 매력적인 뉴질랜드 피노누아는 부르고뉴 대체 와인으로 인기가 하늘을 찌릅니다. 봄날 미각 세포를 하나하나 깨워줄 향기로운 소비뇽블랑, 샤르도네, 피노누아를 만나러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로 달려 갑니다.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 공연팀. 최현태 기자

◆급증하는 뉴질랜드 와인 소비

 

신세계, 롯데, GS리테일 유통 3사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종은 뭔가요?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무조건 소비뇽블랑이죠!” 실제 뉴질랜드 와인 소비는 우리나라에서 급증세입니다. 2024년도의 견고한 판매에 힘입어 뉴질랜드 와인은 전년대비 55% 증가한 2536만달러가 수입됐습니다. 덕분에 뉴질랜드는 한국 수입와인시장에서 6위를 기록하며 한단계 올라섰습니다. 특히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국내 화이트 와인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 최현태 기자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 서울행사.

매년 5월의 시작을 소비뇽블랑, 샤르도네, 피노누아 향기로 가득 채우는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이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5월 3일 토요일 오후 4시~ 8시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워터풀 가든, 5월 24일 토요일 오후 6시~10시 광안대교와 부산 마리나를 감상하는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열립니다. 올해 서울 행사가 25주년, 부산 행사가 26주년을 맞이할 정도로 봄을 대표하는 와인 페스티벌입니다. 서울 행사에서는 야외 바비큐 스타일을 뷔페를, 부산에서는 파크 하얏트의 시그니처 뷔페를 선보이며 와인과 어울리는 엄선된 뉴질랜드 치즈, 샤퀴테리, 신선한 과일도 제공됩니다. 또 마오리 전통 하카 공연 및 라이브 DJ 뮤직을 즐길 수 있고 호텔 패키지, 항공권 등 다양한 상품이 제공되는 경품행사도 진행됩니다. 티켓은 키위 챔버 회원 17만원, 비회원 19만원, 현장 결제 20만원이며 8인 이상 단체는 티켓 한 장당 17만원입니다. 올해 참가 수입사는 비노엘, 뱅가드와인머천트, 비노킴즈, 서울와인앤스피릿, 신동와인, 루벵코리아, 콤마와인, 모엣 헤네시, 와이너리 주식회사, 에프엘 코리아, 와이넬, 월시, 에르네스입니다.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 부산행사.
참여 수입사와 와인. 

던 베넷(Dawn Bennet)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매년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 통해 뉴질랜드의 고유한 문화유산과 와인 전통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부산과 서울에서 개최되는 행사는 한국에서 뛰어난 뉴질랜드 와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토니 가렛(Tony Garrett) 주한 뉴질랜드 상공회의소(키위 챔버) 회장은 “지난 몇 년간 뉴질랜드 와인 페스티벌은 한국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며 “올해에도 뛰어난 요리와 최고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즐기며 함박웃음이 가득한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히피 와인. 최현태 기자

◆해피해지는 히피와인

 

비노엘이 수입하는 히피 빈야드(Heaphy Vineyard)는 한모금만 마셔도 ‘해피’해지는 와인들을 선보입니다. 히피 빈야드는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와인그룹 부티노(Boutinot)가 소유한 와이너리입니다. 부티노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뉴질래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히피 빈야드는 뉴질랜드 남섬 북서쪽 끝, 넬슨 타스만(Nelson Tasman)에 있는 소규모 와이너리입니다. 타스만 베이(Tasman Bay) 위쪽, 모우테레 힐스(Moutere Hills)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으며 모우테레 특유의 점토 토양으로 이뤄진 포도밭 10ha에서 소비뇽블랑, 샤르도네, 리슬링, 피노누아를 재배합니다. 첫 식재는 1973년으로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밭 중 하나랍니다.

 

히피 모우테레 샤르도네. 최현태 기자

히피 와이너리의 역사는 헤르만 세이프리드(Hermann Seifried)가 1973년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시작됩니다. ‘히피 트랙’이라는 뉴질랜드의 유명한 산책로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넬슨(Nelson) 지역은 미네랄이 풍부해 화이트 와인 생산에 뛰어난 환경을 제공합니다. 뉴질랜드 남섬 북쪽에 위치한 넬슨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으며 북쪽에서는 바다의 영향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런 빼어난 기후 속에서 자란 포도는 깊은 맛과 다양한 풍미를 보여줍니다.

 

히피 리슬링. 최현태 기자

히피 소비뇽블랑은 밝은 레몬 컬러에 녹색 사과, 라임의 시트러스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달콤한 파인애플향도 살짝 더해집니다. 짭조름한 미네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생기발랄한 산도가 잘 익은 과일향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집니다. 생선회, 해산물, 연한 닭고기, 구운 생선요리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히피 리슬링은 미네랄 토양의 떼루아를 잘 보여줍니다. 연한 황금컬러에 라임, 복숭아, 살구, 앵두, 붉은 사과로 시작해 파인애플과 매실이 더해집니다. 30년 이상 올드바인의 포도로 만들어 깊이감이 뛰어납니다. 생선회, 해산물, 치킨,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히피 피노누아는 산딸기, 체리 등 붉은 과일향이 도드라지며 온도가 오르면 장미꽃향이 화사하게 피어납니다. 입에는 미네랄 토양이 잘 느껴지고 실크처름 부드러운 탄닌과 미디움 바디감이 뛰어난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소고기, 연한 닭고기, 치즈와 페어링하기 좋습니다.

 

언츠필드 그레이왁 토양. 인스타그램

◆말보로 최초 와인 언츠필드

 

뱅가드와인머천트가 수입하는 언츠필드(Auntsfield)는 데이비드 허드(David Herd)가 1873년설립한 유서 깊은 와이너리로 뉴질랜드 대표 와인산지 말보로(Marlborough) 최초의 와이너리입니다. 빙하와 지진 활동이 만든 독특한 토양 그레이왁(Greywacke)에서 자라는 포도로 싱글빈야드 와인만 만듭니다. 그레이왁은 주로 모래, 실트, 점토가 섞인 혼합 퇴적암으로 해저에서 빠르게 퇴적된 퇴적물들이 압축돼 형성됐습니다. 특히 물 빠짐이 매우 좋고 포도나무가 깊이 뿌리내려 복합적인 풍미와 선명한 미네랄을 포도에 부여하고 향과 산미가 뚜렷한 포도가 얻어집니다.

 

언츠필드 소비뇽블랑. 인스타그램

현재 비티컬처리스트 벤 코리(Ben Cowley)와 와인메이커 룩(Luc) 코리 형제가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1873년 최초 포도밭에서 여전히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140년 된 셀러도 보존하고 있습니다. 언츠필드 와인들은 토착효모를 이용해 프렌치 오크에서 발효합니다.

 

언츠필드 소비뇽블랑은 패션프루트, 잘 익은 시트러스, 라임의 풍부한 아로마로 시작해 신선한 허브와 구즈베리의 향이 자극적이고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입안에서는 잘 익은 복숭아, 패션프루트, 귤, 라임이 어우러지고 미네랄과 잘 짜인 구조감도 느껴집니다.

 

언츠필드 샤르도네. 인스타그램
언츠필드 피노누아(오른쪽). 인스타그램

언츠필드 샤르도네는 잘 익은 살구, 복숭아, 귤 껍질 아로마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오크가 선사하는 브리오슈, 마카다미아, 구운 헤이즐넛 부케가 은은하게 피어납니다. 부싯돌 같은 미네랄 터치가 인상적입니다.

 

언츠필드 피노누아는 블랙체리, 레드플라워, 플럼으로 시작해 다크초콜릿, 시가 박스 등의 숙성향이 느겨집니다. 농축된 과일 풍미, 잘 다듬어진 탄닌, 산도의 밸런스가 뛰어나고 여운도 길게 이어집니다.

 

러브블럭 티. 최현태 기자

◆So2 대신 녹차 탄닌 사용 떼루아·품종 캐릭터 살리는 러브블럭

 

와인 양조에는 많은 이산화황(So2) 사용됩니다. 이런 So2 대신 녹차 탄닌에서 답을 찾은 와이너리가 ‘소비뇽 블랑의 제국’ 킴 크로프드(Kim Crawford)를 창업한 킴 크로포드와 아내 에리카가 2013년 설립한 러브블럭(Loveblock)으로 콤마와인에서 수입합니다. 레이블에는 태양, 달, 별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야생 민들레를 그려 넣어 자연을 지키는 오가닉 와인을 강조합니다. 황금색 꽃은 매일 생성되는 에너지를 통해 생명과 성장을 가져오는 태양을 상징합니다. 흰색 씨앗이 모여있는 둥근 머리는 달의 주기를 상징하며, 지구상의 모든 것에는 성장과 쇠퇴의 자연적인 주기가 있다는 사실을 담았습니다. 흩어지는 씨앗은 별을 상징합니다.

 

대표 와인은 러브블럭 티. 신선한 레몬, 라임으로 시작해 잘 익은 복숭아, 만다린이 더해지고 잔을 흔들면 흰후추향과 달콤함 바질의 허브향이 피어오릅니다. 토양에서 얻은 미네랄도 잘 느껴집니다. So2 대신 녹차 탄닌을 사용하면 소비뇽블랑의 탄닌과 산도가 훨씬 부드럽고 아로마도 더 많이 뽑아낼 수 있습니다.

 

러브블럭 피노그리. 최현태 기자

러브블럭 피노그리는 잘 익은 멜론, 배로 시작해 카모마일의 허브향이 더해집니다. 젖은 돌의 미네랄이 도드라지고 생기발랄한 산미는 직선적으로 다가오며 복합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러브블럭 소비뇽블랑은 신선한 복숭아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파파야향이 더해지고 바질의 허브향과 지푸라기향이 기분 좋게 비강으로 파고듭니다. 짭조름한 미네랄이 돋보이고 생기발랄한 산도가 뒤를 잘 받쳐줍니다. 포도즙 일부는 중성 프렌치 오크에서 발효하고 50%는 젖산발효를 진행해 날카로운 산미를 다소 부드럽게 만듭니다.

 

러브블럭 피노누아. 최현태 기자

러브블럭 피노누아는 뛰어난 피노누산지로 요즘 유명해진 센트럴 오타고 피노누아로 만듭니다. 잘 익은 레드체리, 블랙 체리, 검은 자두로 시작해 제비꽃향이 더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향인 버섯향과 은은한 오크향도 더해집니다. 5일 동안 저온 침용한 뒤 포도즙의 온도를 올려 자체 야생효모로 발효하고 젖산발효도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둡니다. 일부는 오크통에서 8개월 숙성합니다.

 

투 리버즈 오너·와인메이커 데이비드 클로우스톤. 홈페이지

◆말보로 영혼을 담은 투 리버즈

 

수입사 비노킴즈는 ‘말보로 영혼을 담은’ 투 리버즈(Two Rivers) 와인들을 선보입니다.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말보로(Marlborough)는 소비뇽블랑의 메카입니다. 이 곳에는 크게 두 개의 밸리, 와이라우(Wairau)와 아와테레(Awatere) 밸리가 있고 두 밸리에 말보로의 독특한 떼루를 만드는 두 개의 강, 와이라우 강과 아와테레 강이 흐릅니다. 투 리버즈는 바로 이 두 개의 강을 뜻해 말보로의 영혼을 와이너리 이름에 잘 담았습니다. 이런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습니다. 와이너리를 세운 데이비드 클로우스톤(David Clouston)은 말 그대로 말보로 토박이랍니다. 아와테레 밸리에서 자라 와이라우 밸리에 와이너리를 설립했으니 누구보다도 고향 땅을 손바닥 눈금 보듯이 훤히 꿰뚫고 있답니다. 데이비드는 22년 동안 뉴질랜드, 미국, 호주, 프랑스, 스페인, 칠레등 전세계 25개 산지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내공을 닦은 뒤 2004년 고향으로 돌아와 투 리버즈를 설립합니다.

 

투 리버즈 소비뇽블랑 컨버전스. 인스타그램

투 리버즈 소비뇽블랑 컨버전스(Convergence)는 키위, 레드 피망, 패션 프루트, 구스베리 풍미가 넘쳐납니다. 입안에서는 강렬한 농축미가 느껴지고 산도는 살짝 침이 고일 정도로 잘 받쳐줘 밸런스가 좋습니다. 우아한 미네랄 풍미와 구조감도 뛰어납니다. 부드럽게 압착한 포도즙을 저온 발효한 뒤 3개월동안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해 구조감과 복합미를 더했습니다.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이름은 와이라우(Wairau)와 아와테레(Awatere) 계곡의 포도밭 풍미가 어우러졌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투 리버즈 클로 데 피에르 샤도네이. 인스타그램

투 리버즈 클로 데 피에르 샤도네이(Clos des Pierres Chardonnay)는 레몬, 살구, 복숭아향으로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 구운 아몬드, 헤이즐넛향과 성냥을 그을 때 나는 부싯돌향의 미네랄이 따라 옵니다. 이는 자갈이 많은 토양으로 미네랄 함량이 높은 스프링 빈야드(Spring Vineyards)에서 자란 포도 덕분입니다. 특히 26년된 올드바인의 포도를 손 수확해 포도송이째 가볍게 압착하고 천연 효모로 발효해 복합미를 높였습니다. 4500리터 대형 프렌치 오크 배럴과 콘크리트 에그 탱크에서도 8개월 동안 숙성하고 청징과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아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투 리버즈 아일 오브 뷰티 로제. 인스타그램

투 리버즈 아일 오브 뷰티 로제(Isle of Beauty Rose) 데이비드 클로우스톤이 3년을 지낸 프랑스 코카서스 섬의 기억을 녹여낸 피노누아 100% 지중해 스타일의 매혹적인 로제 와인입니다. 지중해 스타일의 와인답게 짭짤한 맛이 특징인데, 특히 히말라야 소금처럼 톡톡 쏘는 맛이 느껴집니다. 야생 딸기와 타임의 허브향이 은은하게 느껴지고 오렌지, 화이트 피치, 자몽, 블랙커런트의 강렬한 풍미도 살짝 더해집니다. 그린 페퍼 등 이국적인 스파이스와 크랜베리, 허니듀 멜론도 어우러집니다. 화이트 와인과 같은 양조 방식으로 저온 발효 과정을 거쳐 약 10주간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와 콘크리트 뱃에서 숙성시킨 뒤 블렌딩해 풍부한 복합미와 미네랄을 더했습니다. 데이비드 클로우스톤은 유럽에서 와인메이커로 일하던 시절 3년 반동안 머물며 로제 와인에 대한 열정을 키웠는데 바로 프랑스의 아름다운 지중해 섬 코르시카랍니다. 이를 추억하며 ‘아름다움의 섬 (Isle of Beauty)’으로 와인 이름을 지었습니다.

 

투 리버스 트리뷰터리 피노누아. 인스타램

투 리버스 트리뷰터리 피노누아(Tributary Pinot Noir)는 잘 익은 검은 자두로 시작해 체리향이 은은하게 따라오고 장미꽃잎, 스파이시한 허브향에 이어 초콜릿과 향수로 쓰이는 매혹적인 샌들우드(백단향)도 어우러집니다. 숲속 바닥의 흙냄새, 담배 등 3차 숙성 풍미도 잘 표현되고 입안에서는 짭짤한 미네랄도 느껴집니다. 송이째 발효한 포도즙을 20% 섞어 복합미와 구조감을 더했고 프렌치 오크 배럴(새오크 25%)에서 11개월간 숙성합니다. 청징과 여과를 거치지 않습니다.

 

누알라 레이블 암모나이트. 홈페이지

◆프랑스 ‘손맛’으로 만든 누알라

 

수입사 서울와인앤스피릿이 선보이는 누알라 와인즈(Nuala Wines)는 프랑스 기업인들이 2010년 뉴질랜드 말보르에 설립한 와이너리로 프랑스 ‘손맛’이 담겼습니다. 따라서 투 리버즈 와인과 누알라 와인의 스타일을 비교해서 시음하는 것도 큰 재미가 있을 것 같네요. 뉴질랜드가 워낙 소비뇽블랑을 많이 생산하다보니 소비뇽블랑의 종주국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프랑스가 고향입니다. 17세기 프랑스 기록에 소비뇽블랑이 처음 등장하며, 유전적 분석 결과 루아르 계곡이 원산지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상세르(Sancerre)와 푸이 퓌메(Pouilly-Fume)는 빼어난 소비뇽블랑 생산지로 유명합니다. 실렉스(Silex) 또는 플린트(Flint)로 불리는 토양때문에 젖은 돌, 부싯돌 느낌의 강렬하고 스모키한 미네랄이 느껴집니다.

 

누알라 레이블 암모나이트. 홈페이지

누알라 와인의 레이블에는 암모나이트 그림이 그려져 있답니다. 석회질이 풍부한 토양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죠. 암모나이트 화석이 발견되는 토양은 석회질이 풍부하며 와인에 우아한 미네랄을 부여합니다. 프랑스 기업가들답게 처음부터 미식과 잘 어울리는 고품질의 와인으로 만든 점이 돋보입니다. 뉴질랜드 떼루아가 만들어낸 자연의 신선함과 경쾌한 산미에 프랑스적인 손맛이 더해진 셈입니다. 와인메이커 폴 마르퉁(Paul Martung)은 프랑스 와인의 심장 보르도 메독(Medoc) 중심부에 위치한 가족경영와이너리 샤토 바레이르(Chateau Barreyre) 출신으로 어릴때부터 와인 양조 기술을 배웠습니다. 유럽의 권위있는 와인 생산지에서 경험을 쌓은 폴은 호주로 가서 뉴월드의 뛰어난 피노누아와 리슬링을 만들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누알라 명성을 만들고 있습니다.

 

누알라 소비뇽블랑. 홈페이지.

누알라 소비뇽블랑은 신선한 라임, 구즈베리, 자몽, 멜론, 파인애플 껍질, 패션 푸르트의 과일향과 들꽃향에 화이트 스파이스의 뉘앙스가 어우러지며 미네랄와 산뜻한 산도가 더해집니다. 누알라는 마오리어로 깨끗함과 순수함을 뜻하는데 와이너리 이름처럼 포도 품종과 석회질이 풍부한 테루아를 잘 담았습니다. 가벼운 해산물, 샐러드, 오징어 튀김, 조개, 매콤한 음식, 고트 치즈, 페타 치즈와 어울립니다. 프리런 주스와 압착한 주스를 따로 분리해 발효하고 장시간 저온 침용을 통해 과일향을 최대한 뽑아냅니다. 과일향에 집중하기 위해 말로라틱(젖산발효)은 하지 않으며 대신 풍성한 구조감과 복합미를 더하기 위해 효모 앙금과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를 진행합니다. 청징은 하지 않고 병입전 가볍게 여과만 합니다.

 

누알라 리슬링. 홈페지

누알라는 요즘 프리미엄 피노누아 생산지로 핫한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에서 생산된 리슬링도 선보입니다. 라임, 구즈베리, 청사과, 자몽, 감귤류의 아로마로 시작해 자스민, 인동초로 이어지고 감귤 껍질 같은 뒷맛도 올라옵니다. 특히 강렬한 부싯돌이 잘 구현됩니다. 센트럴 오타고의 서늘한 기후와 돌이 많은 토양에서부터 비롯된 풍부한 미네랄을 느낄 수 있고 섬세하면서 균형 잡힌 구조감이 돋보입니다. 인도 등 아시아의 강한 향신료 요리나 샐러드, 가벼운 해산물 요리, 매콤한 오리와 닭고기 요리를 추천합니다. 누알라 최초의 오가닉 인증 와인입니다.

 

누알라 피노누아. 홈페이지

누알라 피노누아는 레드체리, 레드커런트로 시작해 다크체리향도 올라오고 다양한 허브와 장미향, 과일 케이크, 살짝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어우러집니다. 샤퀴트리, 구운 소시지, 바비큐, 치킨, 올리브를 곁들인 오리 요리, 직화 스테이크, 버섯 리조또와 잘 어울립니다. 클론별로 수확한 포도를 나누어 발효하고 프랑스 오크배럴에서 숙성한 뒤 블렌딩합니다. 복합미를 높이기 위해 필터링을 하지 않습니다.

 

뉴질랜드 와인 산지. 협회

◆뉴질랜드 와인 품종과 대표 산지

 

2022년 기준 뉴질랜드는 화이트 품종 재배면적은 3만3752ha. 레드 품종은 재배면적은 7851ha로 화이트 품종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과거 소비뇽블랑이 90%에 달했지만 2022년 현재 64% 줄었습니다. 그래도 화이트 품종에선 소비뇽블랑이 79%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입니다. 소비뇽블랑의 57%가 말보로(Marlborough)에서 생산됩니다. 소비뇽블랑이 줄어든 대신 피노누아 생산량이 크게 늘어 2022년 현재 14%를 차지합니다. 또 샤도네이, 피노그리도 생산량이 늘고 있습니다.

 

소비뇽블랑. 언츠필드 인스타그램
뉴질랜드 소비뇽블랑 산지별 생산 현황. 협회

소비뇽블랑은 풀냄새, 레몬 , 라임, 구즈베리, 엘더베리향이 특징이며 조금 더 익으면 패션푸루트 느낌도 더해집니다. 피망, 아스파라거스 등 포도 자체가 풋풋한 아로마와 강렬한 산도를 지녀 와인메이커가 이것저것 손을 댈 필요가 없습니다. 주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고 사과산을 젖산으로 바꾸는 말로라틱 퍼먼테이션, 효모 앙금과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 오크 숙성을 거의 안합니다.

 

소비뇽블랑 대표 산지인 말보로는 서늘한 해양성 기후에 일조량이 좋아 풍부한 풍미를 지닌 소비뇽블랑이 나옵니다. 말보로에서도 와이라우 밸리(Wairau Valley)가 핵심 산지입니다. 아와테레 밸리(Awatere Valley)는 훨씬 남쪽이라 더 서늘하고 추운 곳이며 피망 맛을 살린 느낌으로 차별화합니다.

 

뉴질랜드 와인산업 현황. 협회

◆낙농업 기술 접목한 소비뇽블랑

 

뉴질랜드 와인이 우리나라에 수입된 것은 불과 2000년대 후반입니다. 그럼에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마케팅 전략과 가성비 덕분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와인 하나만 밀자는 전략을 내세웠는데 바로 막 깎은 잔디향이 강렬한 화이트 품종 소비뇽블랑입니다. 굉장히 깔끔하고 산도가 높으며 향이 강렬한 품종으로 요즘 없어서 못 팔정도로 20∼30대 젊은층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와인을 잘 몰라도 직관적으로 향을 느낄 수 있고 싱그러운 풀향이 젊은 세대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는 와인 양조 역사는 짧지만 뉴질랜드 산업을 대표하는 낙농업 기술이 와인 양조에 큰 기여를 합니다. 소비뇽블랑 와인은 스테인리스 스틸탱크, 온도조절, 무산소 양조가 핵심으로 이것만 잘하면 깨끗하고 맑고 순수한 느낌의 맛있는 소비뇽블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기술을 뉴질랜드 기간산업인 낙농업에서 끌어옵니다. 신선한 우유를 짤 때도 이 세가지가 매우 중요해 이미 양조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죠. 이런 낙농기술을 그대로 와인에 적용할때 가장 잘 맞은 품종이 바로 소비뇽블랑입니다. 덕분에 짧은 시간에 전세계 사람에게 각인된 와인이 탄생합니다. 스크류캡 도입도 큰 몫을 합니다. 호주가 먼저 시작했지만 뉴질랜드가 훨씬 빠른 속도로 도입합니다. 또 친환경 유기농 재배도 건강한 뉴질랜드 와인을 알리는데 큰 효과를 봅니다.

 

뉴질랜드 피노누아 산지별 현황. 협회

◆뉴질랜드 라이징 스타 피노누아

 

피노누아는 뉴질랜드의 라이징 스타 품종으로 부르고뉴와 가장 흡사한 피노누아로 꼽힐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마틴보로에서 가장 먼저 피노누아를 재배했고 웰링턴에서 재력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부띠끄 스타일로 소규모로 만들면서 성공합니다. 로마네꽁띠에서 클론을 몰래 가져와 재배한 아타 랑기(Ata Rangi)가 유명합니다. 말보로도 마틴보로의 성공을 보고 차츰 피노누아 생산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주로 소비뇽블랑을 대량으로 만들던 대기업들이 피노누아를 생산해 현재는 말보로가 소비뇽블랑 뿐아니라 최대 피노누아 생산지가 됐습니다.

 

센트럴 오타고는 요즘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을 정도로 최고 품질의 피노누아 생산지 높은 인기를 누립니다. 영국의 잰시스 로빈슨 등 평론가들 공통적으로 부르고뉴 느낌이 확실하게 난다고 평가합니다. 가성비도 뛰어나고 숲속 젖은 흙, 가죽, 담배 등 3차 숙성풍미가 빨리 드러납니다. 부르고뉴 피노누아 3차 풍미는 적어도 10∼ 20년 지나야하지만 뉴질랜드 피노누아는 5년만 있어도 3차 풍미가 느껴져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피노누아는 서늘한 기후, 대륙성 기후, 일교차와 계절차가 크게 나는 기후에서 최고의 포도가 생산되는데 센트럴 오타고가 바로 이런 기후입니다. 뉴질랜드 와인 산지중 가장 남쪽이라 가장 서늘한 기후를 띠며 부르고뉴 꼬뜨도르, 미국 오리건 윌라맷밸리등 유명한 피노누아 산지와 기후가 비슷합니다.

 

혹스베이.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는 혹스베이가 유명합니다. 북섬의 산지라 날씨가 비교적 따뜻하고 토양에 카베르네 소비뇽이 좋아하는 자갈들이 잘 섞여 있습니다. 메를로를 좀 더 많이 재배하며 보르도 블렌딩으로 와인을 만듭니다. 샤르도네와 피노그리는 기즈번이 대표 생산지입니다. 소비뇽블랑을 키우기에 기즈번은 날씨가 너무 따뜻해 대안으로 피노그리를 재배합니다. 포도는 햇살을 충분히 받으면서 늦도록 익힐수 있어 리치,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향이 나는 풀바디 화이트 와인을 만들수 있습니다. 요즘은 말보로에서도 피노그리를 생산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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