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모두 물러나면서 초유의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됐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오후 4시 총리직을 사퇴하며 대국민 담화를 통해 “그동안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왔다”며 “저는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며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의 사퇴로 국무위원 서열 3위인 최 부총리가 2일 0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을 예정이었다.
상황은 더불어민주당이 최 부총리 탄핵안 처리를 추진하면서 급변했다.
민주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기획재정부장관(최상목) 탄핵소추사건 조사결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해 국민의힘 반대 속에 의결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국회 권한을 침해했다는 것이 탄핵 소추 사유다.
최 부총리는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인 전날 오후 10시28분 사의를 표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약 20분 뒤 최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 대상자가 없으므로, 투표를 중지하겠다”며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만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무위원 서열 4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맡게 됐다.
사상 초유의 ‘권한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들어서는 셈이다.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은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맡는다.
외교와 통상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국정 리더십 공백이 커지면서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2일 오전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열릴 계획이던 물가차관회의가 취소됐다.
현재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도 공석이어서 선거관리를 맡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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