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발언, 안 쳤다 의미로 해석돼
여러 의미로 해석되지 않아” 강조
백현동 관련 발언엔 “사실의 공표
추상적 의견 표명 그치는 것 아냐”
대법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후보 발언들이 당시의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선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일 “원심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잘못 해석된 발언의 의미를 전제로 허위사실공표죄의 성립 여부를 무죄로 판단했다”며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10대2로 나뉘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은 유죄 의견을 냈다.

1심과 2심에서 판단이 정반대로 갈린 지점은 이 후보가 2021년 대선후보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해 한 언급 중 “국민의힘이 제가 김문기 처장과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는데 조작된 것”이라는 내용과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국토교통부의 직무유기란 협박에 따른 것”이라는 백현동 관련 발언이었다.
◆“골프 발언, 선거인에 영향”
전원합의체 다수의견(10명)은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는 사후적으로 개별 발언들의 관계를 치밀하게 분석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발언이 이루어진 당시 상황과 발언의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야 한다”며 “일반 선거인에게 발언의 내용이 어떻게 이해되는지를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중 ‘조작된 것’이라는 이 후보의 표현이 일반인에겐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인식될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조작’이라는 발언이 “사진이 조작됐다”라고도 이해될 수 있다고 해석하면서, 해당 발언이 독자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성남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를 몰랐다’는 말을 보조하는 언급에 불과하다고 봤다.

다수의견은 2심 판단을 정면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다수의견을 대표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골프발언은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여러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발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독자적 사실로서 주요한 사실이지 인식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현동 발언도 사실의 공표”
전원합의체는 다수의견으로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당시 제기된 의혹이나 질의자의 질의 모두 백현동 부지의 용도지역 상향과 관련된 것이었고, 이를 접하는 일반 선거인의 관심도 백현동 부지에 집중돼 있었다”며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앞서 2심은 백현동 관련 발언을 쪼갠 뒤 어떤 발언은 다른 부지에 대한 설명이고, 일부 발언만 한국식품연구원 관련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나의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발언이므로 그 연결된 발언 전부의 내용이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한 연장선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2년6개월간 이어진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서울고법에서 계속 심리한다. 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가 확정되면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이 후보는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어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증폭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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