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구설·월권에 입지 축소 탓
트럼프 “많은 것 희생” 치켜세워
테슬라선 이사회 축출 시달려
“실적부진 이유 차기 CEO 물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공동 대통령’으로까지 불렸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행정부 출범 100여일 만에 백악관을 떠난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이번 달까지가 임기였던 머스크의 조기 사임은 그의 정치 활동에 대한 반감으로 테슬라 실적이 곤두박질친 데다 잇따른 구설수와 월권 논란으로 행정부 내부에서마저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해 “그동안 함께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민들은 안전한 국경, 안전한 도시, 그리고 합리적 지출을 위해 투표했고 첫 100일 동안 엄청난 성과가 이뤄졌다”며 “이 정권이 미국 건국 이래 가장 위대한 정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도움에 우리 모두 감사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정말 많은 것을 희생했고,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신을 정말 존경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머스크를 치켜세웠다.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도 머스크를 향해 일제히 박수갈채를 보냈다.
머스크가 백악관 업무에서 손을 떼고 본업으로 돌아갈 것이란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예고됐다. 초기 내각회의에서 30분 가까이 발언하던 머스크는 테슬라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며 정부와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머스크가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등 개혁 작업을 단행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테슬라 불매 운동과 표적 공격이 일어나는 등 테슬라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슬라 이사회의 축출 압박에도 내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 이사들이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차기 CEO를 물색하는 공식 절차를 준비하기 위해 임원 구인 업체 몇 곳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총매출과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각각 9%, 71% 감소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테슬라 이사회는 회사 내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자 머스크를 만나 “테슬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으며, 머스크도 이 같은 요구를 수용했다고 WSJ는 전했다. 다만, 테슬라 이사회는 보도가 나온 뒤 로빈 덴홈 이사회 의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해당 보도는 완전히 거짓”이라며 “테슬라의 CEO는 일론 머스크이며, 이사회는 그의 능력을 매우 신뢰한다”고 반박했다.
또, 최근 공화당과 행정부 내에서 예측불허 행동을 벌이는 머스크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그의 존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머스크는 최근 몇 주 동안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수석보좌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과도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머스크는 민간 기업인임에도 ‘특별 공무원’ 신분으로 고용돼 백악관에서 일했다. DOGE는 강도 높은 연방기관 인력·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그 결과 약 7만5000명의 연방정부 직원이 자발적 퇴직을 선택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에서 머스크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행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머스크가 보좌관으로서 비공식적인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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