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에 살던 동네 근처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였어서 그대로 남아 있나 궁금하기도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보았다. 역시 높다란 펜스를 치고 재건축 중이었다. 커다란 덤프트럭이 현장에서 나오기 위해 회색 문이 열리는 순간 공사현장이 보였다. 벽에서 흙이 떨어져 내리고 곰팡이가 자주 슬던 아파트였는데, 철거 후 흙을 갈아엎어 깨끗하게 정리된 후였다. 그런데 나무들,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던 무성하던 나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부지 한가운데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를 둘러싼 담벼락 옆에 있던 나무들인데 굳이 베어야 했을까 싶었다.
재건축되면서 베어진 나무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이 질문을 영상화한 다큐멘터리 한 편이 떠올랐다. 2024년 봄에 개봉한 ‘콘크리트 녹색섬’이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감독이 재건축으로 베어지게 된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담았다. 결국 나무를 지키지 못하지만 그 나무들이 어디로 가는지 끝까지 따라가 보는 작품이다. 나무를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는데 그 노력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대답은 나무를 다 베고 새로 심는 것이 비용이 덜 든다는 주장이었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성인이 된 이전 주민들이 나무와 함께 성장한 자신의 라이프 스토리를 들려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삼십 년 이상 그곳 사람들과 함께 있던 초록의 메타세쿼이아 숲은 어디로 갔을까. 집이라는 것이 꼭 집 하나만이 아니라 집을 포함한 주변 환경까지 다 의미하는 것이라면, 나무들도 우리의 집이다.
도시에 녹색이 없다. 힘들 때 가서 마음껏 울기라도 할 숲, 커다랗게 팔 벌리고 숨이라도 편히 쉴 녹지가 차 타고 가야 하는 저기 멀리 말고, 집 앞에, 일터 가까이에 있다면 더 낫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강영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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