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면 더 재밌는 암호의 세계(박영수 지음, 초봄책방, 1만8500원)=고대부터 현대까지 암호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인문교양서다. 암호 때문에 역사를 바꾼 결정적 사건과 암호를 감추고 풀려는 자들의 고도의 두뇌 게임 세계를 흥미롭게 전한다. 책에 따르면 종교 우두머리가 통치자였던 시대에 신비함을 강조하기 위해 알 듯 모를 듯한 어법으로 암호를 이용했다. 어떤 민족은 자신들의 영광스러운 일을 후손에게 자랑하기 위해 그들 문자로 난해한 기록을 남겼다. 저자는 흥미로운 암호 만들기도 제시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글자 순서를 바꾸는 것. 이를 ‘전자(轉字)’라고 한다. ‘지금 상사가 화났음’이란 문장의 경우 어순은 그대로 두고 낱말을 뒤바꿔 ‘금지 가사상 음났화’라고 만드는 식이다.

서평가 되는 법(김성신 지음, 유유, 1만2000원)=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서평가’나 ‘출판평론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했던 시절부터 서평가로 활동해 왔다. 그에 따르면 서평가가 되는 것은 간단하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쓴 뒤 서평가라고 선언하면 그만이지만 서평은 광고나 홍보와는 엄연히 다르다. ‘출판하다’를 뜻하는 영어 ‘퍼블리시(publish)’가 14세기 후반부터 ‘책 등을 대중에게 발행하고 판매하거나 배포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라틴어 ‘publicare’에서 유래한 데서 짐작하듯 책의 본질은 공공성이다. 저자는 서평을 쓰려는 이들은 공공성을 염두에 두라고 제언한다.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딜립 제스테·스콧 라피, 제효영 옮김, 김영사, 2만3000원)=노년기의 뇌 기능과 인지기능을 한평생 연구해온 신경정신의학자들이 지혜에 관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이다. 지혜는 친사회적 행동, 감정조절, 결단력, 성찰, 영성 등 7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이 중 연민·공감·이타주의에서 비롯한 친사회적 행동이 가장 필수적이다. 실제로 인류를 생존하게 한 기술과 언어, 사회제도 등이 “여러 사람의 상호작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친사회적 행동은 지혜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아울러 지혜는 전전두피질과 편도체를 중심으로 뇌의 다양한 곳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해 생겨나는데, 어느 정도는 타고난다. 따라서 지혜를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강화할 수 있다.

정의를 배반한 판사들(한스 페터 그라베르, 진실의 힘, 2만7000원)=세계적인 법철학자가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들며 사법부의 참담한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한 책이다. 저자는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이자 인권의 수호자여야 함에도 현실의 판사들은 자주 그 기대를 배신해왔다고 지적한다. 나치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라틴아메리카 군사독재 정권은 물론 자유주의 체제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과 영국의 실제 사례를 들어 국민을 억압하는 정권에 협력하는 판사들의 행태를 비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정부의 구금 명령을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영국 상원의 결정과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 대법원의 강제불임수술 정당화 판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는 이 판결들은 모두 실질적으로는 인권을 유린하고 억압에 가담한 판결이었다고 꼬집는다.

자전거를 탄 국수(쿄 매클리어, 그레이시 장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1만6800원)=일본인 어머니를 둔 캐나다 작가가 일본의 옛 국수 배달원을 소재로 이야기를 썼다. 미국 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그림책상인 콜더컷 아너상(명예상) 수상작이다. 묘기를 부리듯 겹겹이 높이 쌓은 메밀국수 쟁반을 어깨에 짊어진 채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누비는 배달원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봤다. 배달원은 자동차 매연을 피해 수많은 국수를 배달하고, 마지막으로 가족이 기다리는 집에 국수를 가져가 즐겁게 식사한다. 고된 일을 묵묵히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가족의 사랑임을 보여준다.

어린이에게 힘이 되어 준 한마디(정호승, 심보영 그림, 김영사, 1만5000원)=정호승 시인이 2006년 펴낸 산문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글을 골라내 쉽게 각색한 책이다. 부모의 사랑과 스스로를 믿는 마음, 시간의 중요함 등 성장기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았다. 원작인 산문집은 시인이 시작(詩作) 노트에 적어놓았던 ‘희망의 말들’을 엮은 것으로, 어렵고 힘든 시절 시인에게 용기를 준 메시지다. 그림 작가 심보영의 귀여운 그림이 더해져 어린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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