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비극 현대적 재해석
손호준·유승호·김준원 등 열연
로마의 영웅 시저는 어떻게 죽었는가. 연출가 김정·작가 오세혁, 그리고 배우 손호준·유승호 등 젊은 창작진이 모인 연극 ‘킬링시저’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공화정 말기 로마에서 벌어진 정치적 음모와 배신, 권력투쟁을 다룬 셰익스피어 비극 ‘줄리어스 시저’를 오세혁이 새로 쓴 작품이다.
지난달 30일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세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 ‘자유’, ‘행복’을 수많은 분이 외치는데 과연 그 속에 정말 국민·자유·행복이 있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다”며 “권력을 지키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 올바른 권력을 만들려는 자들의 싸움을 다룬다. 각자가 외치는 정의, 자유, 로마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 비극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연습장면에선 로마 장군 줄리어스 시저(김준원·손호준)의 개선행진에서 시작하는 원작과 달리 브루터스(유승호)의 망설임과 시저 암살이 극 앞부분에 놓였다. ‘시저의 아들’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브루터스는 이상주의자로서 오랜 고민 끝에 공화정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시저 암살에 동의한다. 이윽고 로마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영웅의 최후를 김정·오세혁은 “브루터스, 너마저?”라는 명대사를 남긴 원작과 전혀 결이 다른 장면으로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오세혁은 “가장 큰 에너지가 모이는 때가 시저 암살 그리고 해방자를 자칭했던 암살자들 운명이 변하는 순간”이라며 “고민을 많이 하다가 각색이 아니라 재창작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세혁은 “도망친 해방자들이 어떤 운명 속에서 어떻게 이전투구하는지 좀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원작과 완전히 다르나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대사는 열심히 살리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아주 오래된 로마 이야기지만 지금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며 “특히 브루터스라는 인물이 모든 것을 잃고도 끝까지 버티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작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1’에서 연기에 한계를 드러냈던 유승호도 다시 무대에 도전하는 심경을 밝혔다. 유승호는 “마음이 잘 맞는 형들과 한 번 더 기회가 있을 때 한 번만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 닥치는 대로 다 배우고 하고 있다. 그게 부디 무대 위에서 잘 발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10일부터 7월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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