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진압되지 않고 인근 지역으로 번진 것은 ‘강풍'이 직접적 이유다.
산림·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2시 1분쯤 함지산 9부 능선에서 시작된 불이 확산하자 산불 대응 1·2·3단계를 차례로 발령하고 진화 헬기와 진화 차량 및 인력 등을 대거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산불 3단계는 산림 당국이 발령하는 대응 최고 단계로 예상 피해 면적 100㏊ 이상, 평균풍속 11㎧ 이상, 예상 진화 시간 48시간 이상일 때 발령한다. 당시 낮 시간대 순간최대풍속이 10∼15㎧까지 치솟았다. 태풍의 풍속이 초속 17㎧ 이상이니, 이날 이 지역에 태풍급에 해당하는 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당국은 산불이 발생한지 23시간 만인 지난달 29일 오후 1시 주불 진화 완료를 선언했지만 6시간 만에 낙엽 등 산림 부산물 아래 불씨가 초속 5∼10m의 강풍을 타고 되살아나 재발화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30도 경사가 있는 지형에 초속 6㎧의 바람이 불 경우 바람이 없는 평지보다 화재 확산 속도가 최대 78배까지 증가한다. 올해 4월 한반도를 중심으로 남고북저형(남쪽에 고기압이 북쪽에 고기압이 배치하는 형태) 기압 배치가 나타나면서 그 사이로 강한 서풍이 불었다. 여기에 지형적인 영향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해진 상태였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중국 북부에서 서해상으로 움직이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불면서 백두대간 동쪽을 중심으로 대기가 계속 메말라지고 있어 큰불이 나기 쉬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또 산 곳곳에 쌓인 소나무 더미가 산불 재발화 원인으로 꼽힌다. 함지산 일대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사업 대상지로 매년 3∼6000 그루의 소나무를 벤다. 문제는 이를 산림에서 빼낼 임도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북구는 나무를 벤 후 산림 내에 쌓아 천으로 덮어 약품처리를 한다. 이렇게 산림 곳곳에 쌓인 나무들은 산불이 발생하면 잔불을 머금는 골칫덩이로 변하게 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마른 소나무 더미에 불이 붙으면 물을 부어도 끄기가 쉽지 않다”며 “물도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 움푹 꺼진 계곡을 따라 쌓여있는 낙엽 더미도 골칫거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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