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그란폴고레, 0~200km 8.8초

이탈리안 고성능 럭셔리카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와 순수 전기차(EV) 그란폴고레를 앞선 27일 시승했다.
마세라티는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럭셔리 스포츠카라는 명성답게 지치지 않는 폭발적인 성능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시승은 서울 청담동 마세라티 차고에서 인천 영종도를 그란투리스모와 EV 그란폴고레를 번갈아 타며 진행됐다.
2세대인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는 3.0L V6 네튜노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시속 0에서200km까지 13초 만에 주파한다. 최대 출력 778PS를 내는 그란폴고레는 시속 0에서 200km까지 단 8.8초라는 놀라운 성능을 낸다.
앞서 400마력 넘는 고성능 전기차를 시승한 터라 여기서 더 좋아져 봐야 얼마나 더 좋겠냐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불필요한 생각이었다.



이 차를 시승하며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제로백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단숨에 시속 100km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란폴고레의 제로백은 2.7초, 그란투리스모는 3.5초가 걸린다.
이런 고성능 스포츠카는 일상에서 이용하는 건 사치다. 스포츠카는 일반 대중 모델과 달리 달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이런 차들은 안락한 승차감이나 넓은 실내 공간을 기대해선 안 되고, 당연히 연비도 나쁘다.
또 2열이 준비됐지만 앉으라고 만들었다가 보다 가방 등 짐을 놓으라고 만든 자리로 보였다. 더구나 문도 두 개뿐이다.

반면 마세라티는 승차감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란투리스모라(GT)는 수식어처럼 장거리 주행에도 다른 경쟁사 모델과 달리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내는 특징을 보인다. 그란투리스모는 이탈리아어로 “장거리 여행”, “웅장한 여행”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승차감을 기대할 수 없는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안락함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전자 제어식 댐핑 시스템이 탑재된 에어서스팬션 덕이다.
이 시스템은 각 모드에 맞춰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스티어링 등의 설정이 최적화되는데 GT모드는 장거리 주행에서도 편안함을 제공하는 GT카의 본질을 유지한다. 이런 성향은 그란폴고레에서도 나타난다. 전기차 특성에 더해져 저속 주행(80km 이하)시 일반 세단을 타는 듯 편한 승차감을 낸다. 다만 대중적인 차량과 비교하면 편안함은 덜하다.

기대 이상의 편안함에 더해 스포츠카라는 느낌은 차량 전체에서 드러난다.
V6 네튜노 트윈터보 엔진에서 오는 진동은 “내가 스포츠카에 타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고, 가속시 뿜어져 나오는 배기음은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00마력대 보급형 차량에 억지로 끼워 넣은 그런 음색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세라티는 이런 감각을 전기차 버전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스포츠카라는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약 1년을 배기음 튜닝에 투자했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폭발적인 엔진과 배기음은 운전시 가속감을 더한다. 조금 과장하면 시속 80km로 주행하는데 180km로 달리는 느낌을 받았다.
레이싱 DNA가 이식된 마세라티는 별도의 튜닝 없이 서킷을 가도 무방한 차다. 이에 핸들링 성능 역시 보장돼 있다.
마세라티는 GT, 전기차의 특성상 일상에서도 충분히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온전한 성능과 진가를 느끼기 위해서는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달려보면 좋을 듯하다. 고속도로만으로는 마세라티가 가진 스포츠 DNA를 모두 느끼기 어렵다.
다카유키 기무라 마세라티 코리아 총괄은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는 마세라티의 브랜드 철학이 집약된 모델로, 순수 전기차 폴고레는 마세라티가 전동화 시대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내연기관은 브랜드의 모터스포츠 DNA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며 “마세라티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서로 다른 기술적 접근을 통해 완성되었지만, 모두 이탈리아의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장인정신의 조화를 통해 마세라티가 지향하는 궁극의 럭셔리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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