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시 후 약 3년 5개월 만에 부분 변경으로 돌아온 제네시스 GV60 일렉트릭(EV)을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시승했다. 시승코스는 서울 용산역에서 문경 도립공원까지 편도 약 165km(왕복 약 330km)이었다.
2021년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로 등장한 GV60은 가성비로 무장한 현대 아이오닉과 기아 EV6에 가려져 제네시스의 다른 시리즈에 비해 인기가 적었다.
반면 이번 부분 변경 모델은 확실한 등급 나누기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입지를 다졌다.
시승차는 퍼포먼스 트림에 AWD(사륜구동)와 21인치 타이어가 적용된 모델이다.
정보에서 알 수 있듯 시승차의 주행질감은 다른 경쟁모델 대비 나쁜 편에 속해야 한다. 거대한 21인치 휠셋은 시각적인 만족도는 높이지만 승차감 부분에선 큰 손실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행해 보니 대중 브랜드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또 경쟁차종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강력한 듀얼모터는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GV60은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노우 등 총 4개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일상 주행에서는 에코 모드로 충분한 성능을 낸다.
부스트 모드를 작동하면 최고 출력 360kW(490ps, 약 484마력), 최대 토크 700Nm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는 단 4초가 걸린다.
워낙 토크가 높은 탓에 컴포트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조금이라도 세게 밟으면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박기 일쑤였다. 내연기관 운전자라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거로 보인다.

GV60은 400마력 넘는 폭발적인 가속이 가능하지만 고급 브랜드답게 정숙하고 편안하다. 또 전기차 특유의 부드러운 승차감이 더해져 내연기관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4륜구동(시승차 기준)이 적용 돼 코너 주행시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흡사 그 느낌이 후륜차를 운전하는 느낌이었다. 과거 직진만 잘한다는 비판은 이젠 없을 거로 보인다.
주행 시 바람이 차체에 부딪혀 생기는 풍절음도 거의 없었다. 이번 모델은 흡음·차음재가 보강됐고, 윈드실드(앞 유리창) 전방 실링 구조가 개선됐다.
현대차에서부터 이어지는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기술과 세계 최고 수준의 실내 디자인 기술이 어울려진 결과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내장재에 더해 경쟁차종보다 넓은 공간 확보해 2열 승객까지 배려한 모습을 보인다. 키 173cm인 기자가 2열에 앉으면 약 25cm 정도의 공간이 남았고, 헤드룸 역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답게 여유로웠다.
이밖에 17개의 뱅앤올룹슨 고해상도 사운드 시스템과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내비 및 주행보조장치,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별도의 장치 연결 없이 즐길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현존하는 모든 편의 기능을 GV60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GV60은 1회 충전시 주행 가능 거리는 약 520km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등 장거리 여행에서도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가격도 벤츠만큼 비싸다. 풀 옵션인 시승차는 8000만원 넘는 가격대를 형성한다. 이에 인터넷이나 자동차 동호회 등에서는 ‘그 돈이면 차라리 다른 차 산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옵션을 조금 타협해 듀얼모터 버전을 선택하고 전기차 보조금이 더해지면 성능과 퍼포먼스를 모두 잡은 프리미엄 자동차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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