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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아동 돕는 ‘온마을’ 변호사들…“권리옹호 지원 넘어 제도로”

입력 : 2025-04-30 21:51:18 수정 : 2025-05-01 1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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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 두루, 아동·청소년 지원사업 ‘온마을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삼성생명도 사업 지원
누적 변호사 109명, 활동건수도 꾸준히 증가
5월19일까지 4기 ‘온마을로이어’ 모집

청소년인 예승(가명)씨는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피고인이 재판에서 피해자 예승씨의 진술조서 내용을 부인해 직접 법원에 나가야 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김수현 변호사가 법률지원에 나섰지만 예승씨는 법원에 나가기가 부담스러웠다. 한 차례 증인불출석 신고서를 내기도 했지만 법원은 과태료를 부과했고 다음에도 나오지 않으면 강제구인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 ‘온 마을 반상회’에서 한 참가자가 온마을로 활동 사례집을 읽고 있다. 두루 제공

 

김 변호사는 경계선 지능장애가 있는 예승씨를 위해 증언 때 의사소통을 도울 진술조력인을 신청했고, 법정에 가지 않을 수 있도록 영상증인신문도 신청했다. 신문 때 여러 질문을 하나의 문장으로 묻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유의사항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판 당일 예승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차례 연락을 해봤지만 닿지 않아 행방조차 알 수 없었다. 예승씨는 다음날 김 변호사에게 문자 답장을 했고 “사실은 법원 가는 게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다음 증인신문기일이 잡혔지만 예승씨가 더 숨게 될 것을 걱정한 김 변호사는 채근하지 않기로 했다. 다행히 당일 아침에도 통화가 됐고 법원까지 같이 가기로 약속도 했다.

 

예승씨를 데리러 가는 도중에 연락이 끊길 것을 걱정한 김 변호사는 노래를 추천해달라는 등의 말을 꺼내며 대화를 이어갔다. 함께 법원으로 향하는 길에 예승씨는 “제가 피해자인데 왜 가야 하는 거냐”는 불평도 토로했다.

공익법단체 두루의 강정은 변호사가 30일 ‘온 마을 로(Law)’의 활동 및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두루 제공

무사히 증인신문을 마친 예승씨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보다 오히려 활력이 생겼다. 피고인의 보복을 두려워했던 그였지만 선고공판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고 했다. 재판부도 결국 예승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며 피고인에게 중형을 내렸다.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김 변호사는 예승씨와 여전히 안부를 주고받는다.

 

김 변호사는 “예승씨에게 아는 변호사로 칭해지는 것은 단순한 변호사라는 직업 그 이상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 변호사가 예승씨의 법률지원을 한 것은 ‘온 마을 로(Law)’를 통해서였다.

 

온마을로는 아동·청소년 권리 옹호 활동을 하는 변호사에게 활동비를 지급하는 사업으로, 공익법단체 두루가 2022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삼성생명의 지원으로 진행해왔다. 사업 이름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에서 따왔다.

 

두루는 30일 온마을로가 진행한 지난 3년간의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는 ‘온 마을 반상회’를 열었다.

 

두루에 따르면 사업 1차 연도(2022년 5월∼2023년 5월) 1년간 39명을 시작으로, 2차 연도 35명, 3차 연도 35명 등 누적 109명(중복 제외 64명)이 온마을로 활동을 했다. ‘권리옹호활동’ 건수로 보면 79건, 369건, 233건(3차 연도 상반기)으로 증가 추세를 기록 중이다. 지원받은 아동·청소년의 수도 첫해 65명에서 284명, 250명(3차 연도 상반기)으로 늘었다.

 

30일 열린 ‘온 마을 반상회’에서 활동 사례집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두루의 홍혜인 변호사와 패널로 나온 송지은·최지혜·배수진·이제호·황인형 변호사. 두루 제공

 

이날 반상회에선 참여 변호사들의 목소리를 담은 ‘아동·청소년을 위한 온 마을 일지’도 공개됐다. △가족관계와 출생등록 △아동학대 △성폭력·성착취 △아동·청소년보호 △소년보호 △학생인권 △상속 △자립준비청년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국제연대활동 등 온마을로 변호사들의 활동 이야기를 담은 사례집이다.

 

출간을 기념해 진행된 북토크에선 송지은·배수진·최지혜·이제호·황인형 변호사의 사례 소개와 사례집 낭독 등이 진행됐다.

 

임성택 공익법단체 두루 이사장은 “지난 3년간 더 많은 변호사가 아동ㆍ청소년 권리옹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면, 앞으로는 법조인, 기업, 정부, 지역사회 등 더 다양한 주체와 함께 아동·청소년 권리옹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일에도 힘을 쏟고자 한다”고 밝혔다.

 

온마을로는 6월부터 시작하는 4차 연도 사업에 참여할 4기 법률전문가를 모집하는 중이다.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모집을 받고 6월10일 선발할 예정이다. 선발된 변호사는 6월11일부터 2026년 4월까지 약 10개월간 활동하게 된다.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스에서 열린‘온 마을 반상회’에서 두루와 삼성생명, 국회의원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 임성택 두루 이사장,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안덕호 삼성생명 부사장, 정효명 삼성글로벌리서치 상무. 두루 제공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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