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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vs “질서”…교내 핸드폰 사용 금지, 뜨거운 찬반양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슈팀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5-05-01 07:00:00 수정 : 2025-05-01 02: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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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교사 폭행 사건發 ‘교내 휴대전화 사용’ 논란
교사 10명 중 6명, 휴대전화 문제로 학생과 갈등
美·英·佛 등 해외선 학교서 휴대전화 금지 확대
인권위, ‘수거 과잉 제한’ 판단 10년 만에 뒤집어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지적한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실 내 휴대전화 사용을 놓고 찬반 격론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교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거나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교내 사용과 소지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일괄적으로 막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2023년 9월 1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에 앞서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있다. 뉴스1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3학년 학생이 수업 중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서울시교육청이 진상 조사에 나서고 있다.

 

해당 학생은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중 교사의 지적을 받자 승강이를 벌이다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교사의 얼굴을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안은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 넘겨져 절차가 진행 중이다. 위원회는 학생 선도 차원의 기구로, 위원회 결정에 따라 학교는 학생에게 전학·퇴학·교육봉사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가해 학생은 현재 분리 조치돼 등교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권 침해 관련 삽화. 세계일보 자료사진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 활동 중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문제로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로 교사 10명 중 6명은 수업 중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지도하다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21~25일 2605명의 유·초·중·고·특수 교사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61.3%가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해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의 72.9%는 휴대전화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는 경우보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할 때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더 심해진다고 본 응답은 84.1%에 달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수업 중에 아이들의 휴대전화 벨이 울려 수업 흐름이 자주 끊긴 적이 있는데 특히 저학년의 경우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런 일이 발생해 주의를 줘야 한다”며 “한번 흐름이 끊기면 다른 친구들도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중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고등학교 교사 B씨도 “수업 중 휴대전화로 몰래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는 등 소음을 발생시켜 다른 학생들의 학습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사나 친구를 몰래 촬영하는 사례도 있어서 여러 가지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학생은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조항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에 대한 보다 철저한 기준을 마련하고 법령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단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막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특히 앞선 폭행 사건 직후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촬영한 영상을 지우라고 강요하고 휴대전화 검사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며 인권 침해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일부 부정 효과를 이유로 휴대전화 사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단 학생 스스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학교 3학년생인 C군은 “수업을 할 때만 휴대전화를 걷는다든지 하는 기준을 학생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D씨는 “최근 사고는 특정 학생 개인의 문제인데 그걸 모든 아이들에게 다 적용하는 건 과하다”며 “아이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생겼을 시 부모와의 소통 창구를 차단하는 일이 될 수도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선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한 어린이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한편, 해외에서는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9개 주(州)가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39개 주에서도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 연방의회에선 이런 정책을 장려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전국 학교에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단순 휴대전화 소지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는 2018년 15세 이하 학생이 학교에 휴대전화를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제정한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서 학생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는 조치가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와 학교의 규제 권한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8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휴대전화 수거와 사용 제한이 학생들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정문을 배포했다. 이 결정은 지난해 10월 전원위원회에서 내려졌다. 2014년 휴대전화 수거를 ‘과잉 제한’이라고 판단했던 결정을 약 10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인권위는 “학생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해 사이버폭력, 성 착취물 노출 등 다양한 문제가 나타났다”며 “더 이상 학교의 휴대전화 수거가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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