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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허경영의 ‘허무맹랑·파격’ 공약… 이번엔 잠잠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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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1 05:35:54 수정 : 2025-05-01 05: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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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년 간 출마, 지금은 피선거권 박탈 상태

한국 정치에서 허무맹랑할 정도의 큰 지원금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며 눈길을 끌었던 최초의 후보는 허경영씨였다. 그는 무려 18년 전인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결혼수당 1억원 지급’을 내걸며 “황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주요 정당에서도 앞다퉈 복지 경쟁에 팔을 걷어붙인 탓에 이제는 당시만큼 허무맹랑한 느낌은 줄어들었다.

 

그렇다보니 때되면 나타나 ‘황당 공약’을 내놓는 허씨의 출연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물론 신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피의자가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장사하는 걸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허씨의 출연은 기성 정치를 희화화하는 측면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 세계일보 자료사진

◆“내가 박정희 비선”…피선거권 박탈

 

허씨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2034년 4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다.

 

그는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출마해 TV 방송 연설에서 “나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선 정책보좌관이었다”고 주장하며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허씨는 법정에서도 “내 말은 사실”이라고 주장했지만 1·2심 법원 모두 유죄, 대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1심 법원은 “정치의 영역에서 피고인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되며 비록 징역은 면했지만 10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사진= 세계일보 자료사진

허씨는 2007년 대선에서도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주장했고, 해당 발언이 문제가 돼 10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된 바 있다.

 

◆황당무계 공약, 기성 정치권이 모방

 

허씨가 처음 대선에 출마한 건 28년 전이었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 기호 5번 공화당 후보로 나와 0.15%를 얻었고, 10년 뒤인 2007년 17대 대선에선 경제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0.4%를 득표했다.

 

당시 “박근혜랑 결혼 약속” 발언으로 10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못 나오다가 15년 뒤인 2022년 대선에 또다시 출마했다. 기호 6번 국가혁명당 후보로 나와 0.83%를 얻었다. 갖은 논란과 기행에도 대선에 출마할 때마다 득표율이 올랐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군소정당 대선후보 TV합동토론회에 참석한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왼쪽 두번째). 세계일보 자료사진

허씨가 더 주목받은 건 그 ‘황당무계한 공약’이 시간이 흘러 기성 정치권의 공약으로 쓰이면서였다.

 

그가 1997년 대선 때 공약한 ‘주5일 근무제’(토요 휴무제 도입)는 2004년 노무현정부 때 시행됐고, 2007년 대선 때 내건 ‘노인수당’은 박근혜정부에서 현실화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난으로 받아들였던 결혼수당 1억원은 아직 도입되진 않았지만,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 1억원 대출’, ‘이래저래 지원금 다 끌어모으면 출생아 1명당 어쨌든 총 1억원 지원’ 등 변형된 형태로 이야기가 나왔다.

 

이렇다보니 허씨는 더 강도를 높인 현금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 대선에선 18세 이상에게 매월 150만원 기본소득 지급, 연애수당 월 20만원, 노인수당 월 70만원, 출산수당 자녀 1인당 5000만원, 10세까지 월 100만원 육아수당 지급 등을 한꺼번에 제시했다.

사진= 허경영씨 페이스북 캡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나친 포퓰리즘은 독이라며 무책임한 공약이라고 비판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허씨가 이번에는 어떻게 이목을 끌까는 일각의 기대감도 있는 상태다. 

 

허씨는 1991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피선거권이 박탈된 시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선거에 나섰다. 1950년생, 올해 만 75세로 피선거권을 회복하는 2034년에는 85세가 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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