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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탄소중립의 해결사, 버드나무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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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1 00:04:09 수정 : 2025-05-01 0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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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은 물, 토지, 그리고 대기라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세계가 접하는 장소로서 생물군집이 매우 다양한 추이대(ecotone)를 형성하고 있다.

하천은 수로와 수변 구역이 조합된 복합생태계, 즉 경관(landscape)이다. 하천의 토양은 주변의 산지나 들과 같은 육상생태계로부터 쓸려 내려와 쌓인 충적토로서 주변 지역의 토양과 차이를 보여 쉽게 구분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하천의 수변구역은 과거에는 식량을 얻기 위한 농경지로, 오늘날에는 늘어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지역으로 전환되면서 하천의 범위가 크게 줄어 우리는 하천의 본래 모습을 잊게 되었다.

이창석 국립생태원 원장

자연 하천을 단면으로 보면 수역, 하중도, 수변, 홍수터, 제방으로 나뉜다. 각각은 물의 높이나 침수되는 빈도가 다르다. 제방은 가장 높은 곳에 있고, 하중도와 홍수터는 중간, 수변과 수역은 가장 낮은 곳에 해당한다. 이런 지형에 따라 수분 조건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식생도 달라진다. 그래서 하천에서는 물의 양에 따라 식물들이 띠를 이루며 분포한다. 식물 분포를 보면 갈대 갈풀 여뀌 달뿌리풀 등과 같은 풀이 중심이 되는 초본식물대, 갯버들 개키버들 내버들 등과 같은 작은키나무가 중심이 되는 관목림대, 그리고 선버들 버드나무 왕버들 등과 같이 연한 목재를 가진 큰키나무가 중심이 되는 연목림대의 순서로 나타난다.

세종시 건설 후 인간의 간섭 없이 자연의 과정에 맡겨진 미호강 하류의 식생을 분석한 결과 버드나무 군락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자발적인 복원 효과로 생긴 이 버드나무 군락의 탄소흡수능력을 측정한 결과 그 능력은 산림 식생이 발휘하는 탄소흡수능력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탄소흡수능력을 현재 우리나라 하천에 성립된 버드나무 군락에 대입할 경우 그들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연간 184만t에 달하는 것으로 산정되었다. 나아가 이곳에서 이루어낸 하천 복원 성과와 같이 하천의 복원을 제대로 하여 버드나무 군락이 제자리에 위치할 경우 우리나라 하천 전체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은 약 1500만t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근래 경제 발전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농촌 지역의 고령화로 인해 농업활동을 중단한 논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한 논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행되는 생태적 변화, 즉 식생 천이를 분석해 보니 앞서 언급한 하천 식생의 공간분포와 유사하게 풀이 중심이 되는 단계와 작은키나무가 중심이 되는 단계를 거쳐 버드나무 군락이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얻은 버드나무 군락의 탄소흡수능력을 농업통계요람을 통해서 얻은 농업활동을 중지한 논의 면적(61만 3000ha)에 곱해 본 결과 자연적인 과정에 맡겨진 이러한 묵논의 탄소흡수능력은 1925만t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두 가지 결과를 종합하면, 그 양이 2050년 우리가 달성 목표로 삼은 탄소중립계획 중 탄소흡수량의 80%를 넘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이렇게 탄소흡수능력이 높은 버드나무 군락은 하천을 비롯한 습지생태계를 이루는 주요 식물군락이다. 따라서 하천을 비롯한 습지의 복원이 바르게 이루어진다면 그곳은 탄소흡수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여 국가의 탄소중립 목표를 이루어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창석 국립생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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