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발이 뻣뻣해지는 경직 증상으로 시작해 나중엔 아예 걷지 못하고 인지장애까지 동반하는 ‘파킨슨병’ 환자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단 10초간의 정적 균형 검사와 같이 파킨슨병을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계일보가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해 받은 ‘파킨슨병 환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파킨슨병 환자는 14만3441명에 달한다. 여성이 8만551명, 남성 6만2890명으로, 여성은 80대 이상(3만4104명), 남성은 70대(2만5217명) 환자가 가장 많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12만5607명, 2020년 12만5927명, 2021년 13만1548명, 2022년 13만6130명, 2023년 14만2013명으로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다.
파킨슨병은 서서히, 복합적으로 찾아온다. 대표적인 증상은 행동 느려짐(서동), 떨림, 뻣뻣함(경직), 중심잡기 어려움(자세불안정), 보행장애 등이다. 이런 운동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심한 잠꼬대, 변비, 우울증 등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또 노인성 질환인 치매와 연관성을 보이는 점도 특징이다.
이미 손상된 뇌를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파킨슨병 환자가 완치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면 증상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이에 최근 안태범·유달라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팀(정다운·문경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인터랙션연구센터 박사)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파킨슨병을 빠르게 진단하는 기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질환 진행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된 파킨슨병 환자군 188명과 건강한 대조군 22명, 총 210명을 대상으로 보행분석장비를 이용해 10초 정적 균형 테스트를 진행했다.
총 37개의 움직임 특성을 관찰했으며, 특히 △몸의 중심 안정성 △균형 유지 패턴의 일관성 △미세한 떨림 빈도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산출됐다. 이후 모든 데이터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진단 모델을 완성했다.
안태범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단 10초간의 정적 균형 테스트만으로도 파킨슨병의 존재 여부와 진행 단계를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걷기나 움직임 기반 진단법 대비 간편하면서도 객관성이 높아 예측을 통한 조기 진단까지 가능하다”며 “최첨단 IT 기술을 적극 활용한 후속연구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진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NPJ DIGITAL MEDICINE(IF 12.4)’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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