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HL그룹 회장이 폴란드 남서부 바우브지흐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기업 회장이 폴란드의 지방 도시 시민이 된 사연은 무엇일까.

30일 HL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로만 쉐웨메이 바우브지흐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장을 받았다.
바우브지흐의 15번째 명예시민이며, 기업인 중에서는 처음이다.
정 회장은 2011년 바우브지흐시에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을 생산하는 HL만도 자동차 부품 공장 ‘MCP(HL Mando Corporation Poland)’을 세워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바우브지흐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동남쪽으로 약 430㎞ 떨어진 국경도시다. 약 85㎢로, 우리나라 의정부(81.5㎢)보다 약간 큰 도시다. 인구는 약 10만명이다.
바우브지흐는 한때 광산업으로 번성한 곳이었다. 1990년대 이후 석탄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도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이 도시에 활력이 된 것이 MCP였다.

2011년 자동차 부품 공장을 이곳에 설립해 14년간 브레이크, 스티어링, 서스펜션 등 핵심 부품을 생산했다. 현재 HL만도 폴란드 법인은 현재 바우브지흐의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총 약 16만5000㎡의 규모 1·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장 직원만 1000여명으로, 바우브지흐 시민 100명 중 1명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MCP는 도시 미관 개선에도 기여했다.
2021년 설립한 제2공장은 지금은 폐업한 현지 기업 ‘바막’의 산업공장을 재생해 만들었다. 바막은 바우브지흐에서 광산 장비 제조 공장을 운영하던 회사로, 2016년 문을 닫았다.
쉐웨메이 시장은 수여식에서 “MCP가 침체한 탄광 도시의 재도약을 이끌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 회장은 “명예시민 칭호가 영광스럽다”며 “바우브지흐와 함께 한층 더 성장해 나가는 HL만도 폴란드 법인이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회장은 한라그룹을 창업한 정인영(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의 아들로, 1997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가져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을 맡았다.
지난해 정 회장의 차녀 정지수씨와 백지연 전 앵커의 외아들 강인찬씨가 결혼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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