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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린 女 옆에 흩어진 약,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나?…비난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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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1 05:00:00 수정 : 2025-05-01 05: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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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광고 속 ‘죽음 연상’ 이미지 논란…“사회적 감수성 부족한 기획” 비판 나와
약물 중독, 죽음 연상시키는 연출…불안·불쾌감 주고 감수성 부족 드러낸 결과 양산

예술·상업 경계 넘나드는 표현…‘건강한 이미지’ 팔고자 한다면 정당성 갖기 어려워
반복적으로 유사한 비주얼 사용…단순한 실수가 아닌 기획 단계의 문제일 가능성도

일시적 관심 끌기 위한 자극적인 이미지,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 훼손할 수 있어
전문가들 “보다 책임 있는 크리에이티브 기획 필요해” 사측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젊은 여성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은 한 화장품 브랜드가 약물 중독이나 죽음을 연상시키는 제품 광고를 연이어 공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브랜드는 “사회적 함의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사과하고 문제가 된 일부 이미지를 삭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홈페이지와 채용 공고 등에는 유사한 사진이 남아 있어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화장품 브랜드의 약물 중독·죽음 연상 광고사진. X(엑스) 갈무리

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논란이 된 대표적인 광고는 지난달 중순 출시된 알약 형태의 비타민C 제품 홍보 이미지다. 사진에는 바닥에 알약이 흩어진 채 여성 모델이 엎드려 있는 장면이 담겨 있어 약물 과다 복용이나 사망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소셜 플랫폼 이용자는 “약을 먹고 기절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비판했고, 또 다른 이용자도 “건강한 비타민 습관이라는 문구와 달리,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은 지나치게 우울하고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은 심지어 “시체 애호증(네크로필리아)을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면서 해당 브랜드의 다른 제품 광고들 또한 재조명되고 있다.

 

토너 제품 광고에서는 여성이 욕조에 잠긴 채 고개를 꺾고 허공을 응시하거나, 눈을 감은 채 물속에 얼굴을 넣는 모습이 담겼다. 이 역시 “욕조에서 익사한 듯한 연출”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선크림 제품 광고에서는 흰색 제형이 여성 모델의 가슴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장면이 등장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쾌하고 선정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자극적 기획”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브랜드는 지난달 23일 엑스(X) 공식 계정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문제가 된 비타민C 제품 관련 이미지를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브랜드 측은 “기획 과정에서 사회적 함의와 소비자 정서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불쾌감을 느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타민C 광고 이미지를 제외한 나머지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광고업계에서 범죄, 여성의 무력화된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연출이 문제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글로벌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후드 티셔츠의 끈 디자인이 ‘올가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고, 결국 공식 사과에 나선 바 있다.

 

2015년에는 성인 남성 잡지 맥심 코리아가 여성 모델의 발목을 테이프로 묶고 차량 트렁크에 넣은 사진을 표지로 사용해, 성범죄 미화 및 여성 혐오 논란 끝에 사과하고 전량 회수 조치했다.

 

문제가 된 광고사진. X(엑스) 갈무리

전문가들은 브랜드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적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고업계 한 전문가는 “브랜드 이미지는 단순한 시각적 미학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화장품 브랜드라면 생명, 건강, 자아 존중감 등 긍정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례처럼 죽음이나 약물 중독을 연상시키는 연출은 소비자에게 불안과 불쾌감을 주고, 기업의 윤리 의식 부재를 드러낸다”며 “단기적인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 이미지가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죽음, 여성의 무력화된 이미지는 상업 광고에서 오랫동안 금기시돼온 소재”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이를 통해 ‘건강한 이미지’를 팔고자 한다면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비슷한 비주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의 문제이자, 사회적 공감 능력 결여의 단면”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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