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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공약 기록, 정책선거의 큰 구멍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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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29 19:12:15 수정 : 2025-04-29 21: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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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되지 않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리 공개된 정보라 할지라도 국민이 접근하기 어렵다면 폐쇄된 정보라는 의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에서조차 역대 대선 공약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후보의 공약 기록은 사라졌고, 온통 한자로 적혀 있거나 문자가 깨져 있는 공약집도 있었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는 직전 대선 당선인의 공약만 공개하고 있기도 했다. 6·3 대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20대 대선 공약집은 없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던 거대 양당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도 공약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공약만큼 후보의 비전을 명확히 보여주는 도구는 없다. 그 공약이 과거의 공약일지라도 마찬가지다. 흔히 ‘운동권 출신’, ‘법조계 출신’이라며 후보의 과거 배경으로 그들을 판단한다. 후보의 과거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그가 국민 앞에서 내세운 공약은 잊히고 있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 알 수 있는 공약도 평가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정세진 매니페스토취재팀 기자 

낙선자의 공약도 중요하다. 오늘의 낙선자가 내일의 당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홍준표·안철수 후보 모두 두 번 이상 대선에 도전하거나 완주한 인물들이다. 이들이 내세운 공약의 궤적을 들여다보면 진정성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들의 공약은 변화하는 사회에 어떻게 발맞춰 달라졌을까. 옛 구호만 반복하고 있을지, 유연하게 비전을 수정했을지 살펴볼 수 있을 테다. 이런 측면에서 과거의 공약도, 미래의 약속도 모두 현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역대 대선 후보들이 축적해 온 국가에 대한 고민과 국민에게 한 약속을 누구든 쉽고 간편하게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보존기간만큼 중요한 건 접근성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책자료집의 보존기간은 영구적이다. 영원히 보존돼야 한다는 기록물의 중요성이 무색하게 공약집은 방치되고 있었다.

 

정책 선거의 큰 구멍을 지금부터라도 메워야 한다. 공약집은 선거기간에만 반짝 사용되는 홍보물이 아니라 정치사의 중요한 기록물이다. 향후 나라를 이끌 정치 지도자의 약속을 살피려면 관리된 기록이 전제돼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는 관리 주체와 체계를 정비해 사라지는 국가의 비전을 되찾길 바란다.


정세진 매니페스토취재팀 기자 oasi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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