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시스템 동기화 장애 유발
일각 “탄소중립 정책으로 악화”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는 28일(현지시간) 정오쯤부터 교통·통신 등 주요 인프라를 마비시킨 대규모 정전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송전망 접속 불량, 사이버 공격 등 여러 가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따른 ‘유도 대기 진동’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포르투갈의 에너지 회사 REN 측은 이날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스페인 내륙의 극심한 온도 변화로 인해 초고압 전력선(400㎸)에서 이상 진동이 발생했다”며 “유도 대기 진동으로 알려진 이 같은 현상이 전기 시스템 간 동기화 장애를 일으켜 유럽 전력망 전반에 연속적인 교란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온도차로 초고압선 내 전도체의 매개변수가 달라지면서 주파수 불균형이 생겼고, 주파수가 유럽 표준(50㎐) 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연쇄적인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강력한 진동”을 정전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어떤 추측도 삼가 달라”고 했다.
후안마 모레노 안달루시아 주지사는 정전 사태가 사이버 공격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시민들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테레사 리베라 유럽연합(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고의적 행위로 인한 정전의 증거는 없다”고 말했고, 포르투갈 국가사이버보안센터도 성명을 내고 “이번 서비스 중단이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정부가 추진해온 넷제로(탄소중립) 정책이 사태 악화를 부추겼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존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전력 시스템에는 원활한 전기 공급을 위해 일정한 주파수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경우 태양광·풍력 등이 24시간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비상 상황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력망은 발전량이 너무 많아 과부하가 걸리거나 너무 적어 부족하지 않도록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며, 주파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발전소는 자동으로 멈춘다”며 “지난 수십 년간 회전식 가스 터빈이 주파수 관리를 위한 표준 기술이었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라 플라이휠 등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다른 장치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