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분 후에
윗입술이 기쁨이고
아랫입술이 슬픔인 사람이 나타나리라.
오 분 후에
토요일에 아름다워지는 젊은 여인들과 어떤 식으로든지
사랑과 서정에 취하고 싶은 남자들이 올 것이다.
오 분 후엔
눈동자의 기쁨인 혼인과 권태와 절망, 쓸쓸한 미움이
코의 냄새와 함께 오리라.
오 분의 무게로 욕망이 오고
오 분의 치욕과 사랑으로
새벽의 끈에 묶인 어둠이 끌려오리라.
오 분이 지난 뒤에야 알 수 있으리.
참으로 많은 것이 다녀갔어도
인생이란 실제로
아무것도 이루어놓게 하질 않는다는 것을.
(하략)

지금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시를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있지만, 오 분 후에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설 것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것이다. 봄날 오후의 따사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실 것이다. 시 같은 건 잊어버린 채 꽃과 나무를 보고 빨갛게 노랗게 물든 과일을 살 것이다. 버스를 타고 옆 동네로 가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오 분 후에, 이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여러 일이 이처럼 오 분 후에, 오 분 후에, 하며 오고 또 가는 것일 수 있겠다.
아, 오 분이란 얼마나 긴 시간인지! 나는 오 분 후를 생각한다. 어서 빨리 오 분 후가 당도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림만으로는 안 되겠지. 그토록 바라던 오 분 후는 어쩌면 너무 짓궂은 나머지 “오랫동안 서서히” 나를 벌세울지도 모른다. 쉽사리 “무엇인가 이루어놓게 하질 않는” 삶의 고약한 성정을 닮았을지도. 그러니 가끔은 선수 치듯 당장, 당장, 나서볼 것. 조금은 지쳐 있을 오 분 후에게로.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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