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양산 예정 K-배터리 긴장

글로벌 배터리업계 시장 1위인 중국 업체 CATL이 리튬 대신 나트륨을 사용하는 ‘소금 배터리’의 양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값싸고 안전한 데다 상용화 시점까지 앞서가며 시장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2025 테크데이’에서 2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했다. 에너지 밀도는 ㎏당 175Wh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이며 충전 속도는 고성능 배터리인 NCM(니켈·코발트·망간)보다 25% 빠른 5C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안전성 측면에서 CATL은 “드릴로 뚫거나 전기톱으로 잘라도 발화하지 않는다”며 실험 영상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리튬보다 안정적인 나트륨에 나노 코팅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나트륨 배터리의 최대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나트륨은 소금에서 염소만 제거하면 쉽게 얻을 수 있어 ㎏당 270원 수준으로 리튬 가격(약 1만3000원)의 5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저가 배터리 시장에서는 리튬 기반 배터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뒤늦게 긴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는 현재 나트륨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양산 목표 시점을 2030년 전후로 설정해 CATL보다 약 5년 뒤처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LFP 배터리를 과소평가했다가 시장을 빼앗긴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개발 속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CATL의 실용화 시점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빠르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CATL의 발표가 시제품 기준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량생산 단계에서 성능과 수율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 전반에서는 ‘소금 배터리’가 저가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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