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만 해도 이물 나와 수율 저하
축구장 3개 면적 IT 기술 총결집
장비 유지·보수 외 공정 무인화해
기존 공장 대비 인력 절반만 근무
“최종적으로 사람 없이 운영 목표”
“사실 사람이 모든 이물과 수율 저하의 원인입니다. 지나가거나, 호흡만 해도 이물이 나오고 결국 그것이 불량 여부를 좌우합니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지난 17일 경북 구미 공단동에 있는 LG이노텍의 ‘드림팩토리’에서 공장 전체에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구미 드림팩토리는 LG이노텍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의 생산 허브다. 축구장 3개 이상의 면적인 총 2만6000㎡의 공간에 인공지능(AI), 로봇, 디지털 트윈 등 LG그룹 차원에서 최첨단 정보기술(IT)을 총결집해 생산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 정보화, 지능화하는 데 성공했다.
LG이노텍이 이토록 무인화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FC-BGA의 특성이 자리한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한 종류다. 일반 기판보다 신호 전달이 빠르고 전기 손실이 적은 최첨단 기판으로 꼽힌다. 최근 AI 기술 발전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해 관련 시장 규모는 11조3000억원에 달하고, 2030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연평균 10.3%)을 기록하며 20조4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FC-BGA 생산을 위해선 최상위 수준의 설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반도체 기판은 수율이 95%에 달해 수율 경쟁이 의미가 없지만, FC-BGA는 난도가 높은 유형의 경우 수율이 50%까지 떨어진다. 불량을 최소화해야만 수익률이 높아지는 구조다.
강 부사장은 드림팩토리에 대해 “LG이노텍이 처음 만든 (자동화) 라인이기 때문에 원하는 수준까지 아직은 완전히 도달하진 못했다”면서도 “향후 도달된 수준은 사람이 공정 과정에서 터치하는 타사 공장보다는 훨씬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수율 저하의 주원인이 사람인 만큼, 드림팩토리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장 내부 취재를 위해선 △방진복 △마스크 △위생모 △속장갑 △겉장갑 △방진신발 등을 제대로 착용하고, 강한 바람으로 방진복 위에 남아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에어샤워를 한 뒤 클린룸을 통과해야 했다.
내부엔 성인 남성의 키 2배 높이인 로봇팔들이 이리저리 각도를 틀며 분주하게 움직였고, 설비 사이를 오가는 자동로봇(AMR) 수십 대도 눈에 띄었다. 사람은 취재진과 안내 연구원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이 정도 대규모 생산시설은 물류 처리만 해도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드림팩토리는 장비 유지·보수 인력 외에는 10단계 이상의 공정을 모두 무인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기존 공장 대비 50% 수준의 인원으로 운영 중이고, 최종적으론 사람 없이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FC-BGA 양산을 시작하며 후발주자로 업계에 발을 들였지만, 2030년까지 사업을 조 단위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95년 기판 사업을 시작하며 약 30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톱티어 고객사들이 있고, 공장 자동화를 통한 수율 확보로 일본 이비덴과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 업계 강자들을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북미 빅테크(거대기술기업) 고객을 유치했고 최근 글로벌 빅테크 고객을 추가로 확보할 정도로 사업이 순항 중이다. 강 부사장은 “2∼3년 내 일본 선도업체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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