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 우울증을 겪으면서 무언가 색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시니어모델에 도전했는데, 이것이 저의 인생을 바꿔놨습니다.”
국내 자동차 대기업에서 38년간 개발·생산업무에 종사하다 2019년 정년퇴직한 홍명성(65)씨.

그는 ‘은퇴 후에도 활발한 사회 및 여가소비 활동을 즐기며 사는 ‘액티브 시니어’의 대표 주자로 손꼽힌다.
여느 베이비부머처럼 그도 ‘가족을 잘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가장의 책임과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도 퇴직은 피하지 못했다. 직장에 나갈 일이 없어진 그는 헬스장과 자전거 라이딩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다.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 책도 원 없이 읽었다.
그렇게 1년을 보냈지만, 청춘과 땀을 일에 바친 그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뭔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고 싶다. 남은 인생 내 행복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안양시 베이비부머센터가 생각나 퇴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시청을 찾았다. 그때가 2022년 상반기. 센터에서 “강사나 시니어모델 일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직업진단을 받았다.
시니어 모델이란 단어가 생소했지만, 경기 안양시가 시니어모델을 모집한다고 해서 덜컥 지원서를 냈다. 모델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던 그는 영상으로 패션쇼를 찾아보며 모델의 워킹, 몸짓, 옷 입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디션에서 3 대 1의 경쟁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시니어모델로 선발됐다.

배만 불룩 나온 아저씨에서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을 만큼의 몸매를 가진 멋쟁이가 됐다.
지난해 2월에는 제5회 한국모델협회 시니어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2등을 차지했다.
그는 국내 패션쇼뿐 아니라 지난해 강원랜드에서 열린 아시아 24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아모델페스티벌에도 초청돼 무대에 서기도 했다.
현재 그는 한국모델협회 정회원이다. 모델에 도전한 지 3년도 되지 않아 이뤄낸 성과다.
홍씨는 “허리가 굽지 않으면 모델 일을 계속하고 싶다”며 롤모델로 세계적인 시니어 모델 ‘카르멘 델로피체’를 꼽았다.
그는 “모델은 열정과 도전정신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미리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도전해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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