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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거리 인도에 웬 주차장?”… 환경단체 ‘충경로 포켓 조성’에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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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14 12:51:44 수정 : 2025-04-14 13: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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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중심 거리로 조성된 전북 전주 원도심 충경로에 전주시가 포켓 주차장 설치를 추진하자 시민단체가 보행환경 훼손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14일 성명을 내고 “인도 위 노상 주차장은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시대착오적인 자동차 중심 정책”이라며 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했다.

 

전주시가 보행환경특화거리로 지정한 충경로 인도에 계획한 포켓주차장 조감도. 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충경로 도로환경 개선 사업의 후속 조치로, 스마트 포켓 주차장을 객사 구간과 동부시장 구간에 총 36면 규모로 조성 중이다. 포켓 주차장 조성은 구도심 상권 활성화와 교통편의 증진을 동시에 꾀하려는 목적이며, 이미 관제용 폐쇄회로(CC)TV 설치 등에 5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앞서 시는 2022년부터 총 184억원을 투입해 충경로 구간의 차로를 줄이고 인도를 넓히는 방식으로 도로환경을 개선해 보행환경특화거리로 지정했다. 차도와 인도의 단차를 없애고 광장형 도로로 재구성해 도심 속 보행 안전 확보와 상권 활성화를 도모해 왔다. 새롭게 탈바꿈한 관통로 도로는 당초 계획대로 기존의 ‘차 없는 사람의 거리 축제’와 같은 행사가 열리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3일 불법 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 전주 시민의 광장으로 충분히 기능했다.

 

시는 후속 사업으로 포켓 주차장을 설치해 보행 환경 개선과 상권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할 계획이지만, 환경단체는 보행자 중심의 걷기 좋은 거리 조성 사업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또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로 체계를 바꾸겠다는 기린대로 전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사업과도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2018년 전북 전주시 충경로 '차 없는 사람의 거리' 행사에서 가족 단위 시민들이 드넓은 인도에 임시로 마련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단체는 성명을 통해 “충경로는 전주시가 보행환경특화거리로 지정한 대표적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라며 “차로를 줄이고 넓힌 인도에 차량을 다시 들이는 것은 결국 시민의 공간을 빼앗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포켓 주차장이 설치될 경우 차량의 잦은 진출입으로 인도 보행자와 차량 간 충돌 위험이 커지고, 도심 내 광장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차량 몇 대 더 주차하겠다는 이유로 안전과 공공성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전주시가 앞서 행정안전부 공모 과정에서 밝힌 자료를 근거로 인도 위 노상 주차장 보행자 안전사고와 차량 간 충돌 사고 등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2017년 28건, 2018년 32건, 2019년 42건 등으로 매년 증가한 사실에 주목한다.

 

전주시가 충경로 일대 인도에 계획한 포켓주차장 위치도. 전주시 제공

단체는 “충경로 이면도로에는 이미 주차장이 다수 존재하며, 일정 시간대를 제외하면 주차 여유도 충분하다”며 “도로 위에 주차 공간을 추가할 게 아니라, 주차 공간을 공유하고 주차 할인권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전주시와 우범기 시장은 걷고 싶은 거리, 시민이 머무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교통사고를 줄이고, 사람 중심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포켓 주차장 조성은 보행환경 개선과 함께 원도심 상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이라며 “향후에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지속적으로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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