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공약 쏟아내는 홍준표 등
강경 보수 희석… 외연 확장나서
尹과 통화… 정치적 단절은 소극적
나경원도 11일 대권 도전 선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국민의힘 ‘반탄’ 주자들이 중도층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전문 분야와 정책을 앞세워 ‘강성 보수’ 이미지를 희석하고 외연 확장을 꾀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만큼, 갈지(之)자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일 ‘노동’을 화두로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했다. 김 전 장관은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을 찾아서 청년들과 함께 전시관을 둘러보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를 마친 김 전 장관은 여의도로 이동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지도부와 면담 뒤 오찬을 함께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만나지 못했다.

김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태일기념관 방문이) 중도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저보다 밑바닥의 가장 어려운 노동자층, 영세 서민, 농민, 호남에 대해서 잘 아는 후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저와 집사람, 제 형님도 모두 노조 위원장을 한 경험이 있어 (한국노총을) 늘 아주 가깝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의 이날 일정은 중도 확장성이 약점이라는 당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자신의 노동운동 경력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고용부 장관을 역임한 사실을 부각해 노동 분야의 전문성을 어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의 ‘강성 보수’ 이미지를 옅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전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지지도 격차가 있는 만큼, 외연 확장과 중도층 공략 없이는 당선이 어렵다는 판단도 읽힌다.
다른 반탄 주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대선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홍 시장은 이날 ‘한국판 FBI(연방수사국)’ 국가수사국 신설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를 약속했다. 홍 시장은 앞서 헌법재판소 폐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연 2회 실시, 사형 확정 시 6개월 내 집행 등을 공약한 바 있다.
김 전 장관을 포함한 반탄 주자들은 윤 전 대통령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고 있어서다. 김 전 장관은 기자들에게 “(8일) 국무회의를 마치고 윤 전 대통령께 전화드려 ‘그만두게 됐다. 장관으로 임명해주셨는데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며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알렸다. 김 전 장관은 전날에도 “비상계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고 방식이 위헌이라는 판단이 헌법재판소에서 났다”고 주장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지사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 전 대통령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만났다며 윤 전 대통령이 “우리 당이 승리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등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반탄파’ 나경원 의원은 1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이들과 반대로 ‘찬탄’ 주자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나란히 대구로 향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 지역 민심을 사로잡고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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