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트럼프 대권 질문에 말 아껴
“정세 엄중… 대행 내려놓기 어려워”
“차출 여론 높아지면 달라질 수도”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망론’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 출마 여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최종 출마 여부는 여론 흐름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통화에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는지에 대해 “정상 간 통화는 외교적 사안으로 상세 내용을 공개하거나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식 부인이 없는 만큼, 이러한 내용의 대화가 오간 것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출마 요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권한대행을 만나, 대선 후보로 출마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론에 대해 “의원 일부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닌가 추측한다”고 언급했다.
한 권한대행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긍정 평가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한 권한대행 국정운영 기대감’ 질문에 ‘잘할 것’ 답변이 56%로 ‘잘못할 것’(37%) 답변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55년 관료 경험에 대한 평가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직까지 한 권한대행은 출마설에 선을 긋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권한대행께서는 국정 운영에 전념하고 있으며 대선 출마 관련은 일절 말씀이 없으시다”라고 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기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상환경 등 국제경제·정치 상황이 엄중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직을 중간에 내려놓고 대선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관료 출신의 출마 사례도 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는 정치가 관료들에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출마 요구 여론이 높아지고, 차기 정치 지도자 여론조사에서 실제 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할 경우, 한 권한대행도 이를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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