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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LNG 경제통상까지 테이블에… 韓에 ‘빅딜 카드’ 제시

입력 : 2025-04-09 18:54:42 수정 : 2025-04-09 22: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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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원스톱 쇼핑’ 협상 의지

알래스카 가스 개발 참여도 제안
경제·산업·안보 한묶음 처리 압박

韓대행 “맞대응이 아닌 상호 윈윈”
美와 조선업 TF 구성해 협의 분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와 통화하며 사용한 ‘원스톱 쇼핑’이란 표현에 통상당국과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조치에 대한 후속협상 때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춰 조선산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 개발 프로젝트 참여, 방위비 분담금 확대 등 경제, 산업, 안보 전 분야에 걸친 이슈를 한 묶음으로 엮어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 앞둔 자동차들 9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 부두에 수출을 위해 선적을 대기 중인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정부는 미국의 25% 관세 조치로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린 자동차·부품 업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2조원의 정책금융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이날 밝혔다. 평택=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 권한대행과 통화한 내용을 전하며 “‘원스톱 쇼핑’이 아름답고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적용한 25%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 협상에 조선 협력, 미국산 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및 가스관 건설 합작사업,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하길 바란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최고팀이 오고 있다”고 적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상무부 측,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관세 협의를 위해 이날 워싱턴에 도착했다.

 

한 권한대행은 통화 후 “미국 신정부에서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 관계가 더욱 확대, 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조선, LNG, 무역수지 균형 3대 분야에서 미국 측과의 협력 의지를 보였다. 총리실은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경제협력 분야에서 장관급 협의를 계속해나가자는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한 권한대행은 9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는 지정학적 변화와 경제질서 재편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안보동맹이자 경제동맹으로서 더욱 튼튼하게 격상시켜 나가는 것이 슬기로운 해법”이라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앞으로 길고 어려운 협상이 남아 있다”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정부를 믿고 마음을 모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관세 조정은 관련 분야를 아우른 ‘패키지 딜’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더라도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지’ 묻는 질의에 “현재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조선·LNG·무역균형 등 경제통상 관계가 패키지로 엮여서 관세와 협상이 된다”고 했다. 정부는 방위비까지 관세 패키지에 포함하는 데에 신중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향후 협상에서 중요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뉴스1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한 대응관세 부과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전했다. 수출의존도가 워낙 큰 나라다 보니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의 대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 권한대행은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한·미는 강력한 동맹”이라며 “맞대응 않고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중국·일본과 협력해 미국의 관세에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한 권한대행은 “우리는 그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식의 맞대응이 상황을 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그런 대응이 한·중·일 3국, 그중에서도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도 한 권한대행 발언에 보조를 맞췄다. 안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보복관세 형태로 대응하는 경우,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자해성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산업계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하며 우리가 문제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공감하고 있어서 미국과 빨리 협의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안 장관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월부터 미국 측과 활발한 소통을 해왔다며 “그간의 소통은 앞으로 협상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장관은 ‘원스톱 쇼핑’에 대한 대응의 핵심 카드로 한국의 조선업을 꼽았다. 안 장관은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조선 산업 역량이 하락해 한국의 조선 기술과 제조 역량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 협력에 큰 관심을 보여서 이 분야가 굉장히 중요한 협상 카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악관이 조선산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우리 측과 협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이 미 해군 비전투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에 이어 전투함정 MRO 사업까지 수주해야 한다는 지적에 안 장관은 “법 재정비가 필요하나 미국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호응했다. 이 밖에 안 장관은 “철강, 알루미늄 등에 25%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것을 보면 나머지 반도체, 목재, 구리, 제약 등에도 마찬가지로 25% 관세가 예외 없이 부과되는 것 아닌가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 FTA를 재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미국 측에서도 그런 얘기는 안 하고 있어서 (재개정은) 좀 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박유빈·조병욱·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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