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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시즌처럼 은퇴 시즌에도 정규리그-챔프전 MVP 싹쓸이? ‘배구 여제’ 김연경다운 완벽한 ‘수미쌍관 엔딩’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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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4-03 10:03:07 수정 : 2025-04-03 10: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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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2005~2006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의 최대 관심사는 딱 하나였다. 한일전산여고 출신의 장신(1m88) 아웃사이드 히터가 어느 팀에 지명되느냐. 짧은 더벅머리 소녀에 대한 지명권(전체 1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2005 V리그 원년 시즌 막판 들어 흥국생명과 GS칼텍스는 치열한 꼴찌경쟁을 벌였다. 꼴찌싸움의 승자는 3승13패로 4승12패를 거둔 GS칼텍스에 한 경기 뒤진 흥국생명. 희대의 꼴찌싸움 덕에 전체 1순위를 거머쥔 흥국생명은 당연히 그의 이름을 호명했다. 김.연.경. 훗날 세계 여자배구를 호령하는 ‘배구여제’의 탄생이었다. 참고로 김연경 드래프트의 폐해 때문에 KOVO는 이듬해부터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전 시즌 성적대로 배분하는 게 아닌, 성적에 따라 차등을 둬서 확률 추첨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뚜껑을 연 김연경의 재능과 기량은 드래프트 제도 자체를 바꿔버린 게 수긍이 갈 정도로,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데뷔 시즌부터 V리그 코트를 초토화시키며 득점 1위(756점), 공격종합 1위(39.65%)에 오르며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1위 및 챔프전결정전 우승까지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신인왕은 당연히 김연경의 몫이었다. 여기에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상이란 상은 모두 싹쓸이했다.

 

20년이 흐른 현재, 김연경이 보여주는 코트에서의 파괴력은 여전히 변함없다. 배구를 넘어 역대 스포츠 선수를 통틀어도 이정도로 기량의 노쇠화가 거의 없는 선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V리그를 넘어 일본, 튀르키예, 중국에서도 최정상급의 활약을 보여주며 세계배구를 호령했던 김연경은 2024~2025시즌을 끝으로 화려하고도 파란만장했던 현역 생활을 끝낸다. 그리고 그 엔딩은 완벽한 ‘수미쌍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끈 김연경은 생애 일곱 번째 정규리그 MVP 수상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챔피언결정전 MVP도 눈앞이다.

 

인천 안방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1,2차전에서 ‘배구여제’다운 맹활약으로 흥국생명의 2연승을 이끌었다. 흥국생명은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 거두면 2018~2019시즌 이후 6시즌 만에 통합우승과 팀 통산 다섯 번째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1차전에서 16점, 공격 성공률 60.87%를 기록하며 세트 스코어 3-0 셧아웃 승리를 이끌었던 김연경은 지난 2일 열린 2차전에서는 더욱 극적인 활약으로 ‘리버스 스윕’을 이끌었다.

 

1,2세트만 해도 정관장의 우세한 분위기로 경기가 진행됐다. 정관장의 장점인 메가(인도네시아)-부키리치(세르비아) ‘쌍포’ 화력이 불을 뿜었고, 1세트 24-23에서 고희진 감독이 세트 승리를 가져오는 비디오판독(오버넷) 신청 등 행운도 정관장에 따르는 모양새였다. 김연경은 2세트까지 단 4점에 그치며 팀 패배를 그저 바라보는 듯 했다.

 

세트 스코어 0-2로 뒤진 3세트도 정관장이 후반까지 22-20으로 앞서면서 3-0 셧아웃 승리를 거두는가 싶었던 시점. 김연경이 분연히 나섰다. 마치 ‘이대로는 질 수 없다’라는 것을 외치는 듯했다. 퀵오픈 성공으로 21-22을 만든 뒤 4연속 서브로 정관장의 리시브를 완벽하게 흔들며 3세트를 25-22로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김연경이다.

 

3세트 8점으로 공격감의 예열을 마친 김연경은 이날 승부를 가른 5세트 들어 불을 뿜었다. 7-6 박빙 상황에서 강력한 파이프(중앙 후위공격)를 성공시킨 김연경은 11점, 12점, 13점째 공격을 연거푸 성공시켰다. 블로킹 3명이 붙어도 이를 무력화시켰다. 김연경 특유의 노련함과 상황판단 능력, 여전히 뛰어난 타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득점이었다. 5세트에서 혼자 6점을 올린 김연경의 활약을 앞세워 흥국생명은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는 리버스 스윕 승리를 달성했다.

 

김연경의 이날 성적표는 블로킹 2개, 서브득점 2개 포함 22점, 공격 성공률 43.9%. 공격 성공률은 1차전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범실이 5세트 동안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적장’인 정관장 고희진 감독마저 “5세트 김연경은 제가 3년 동안 상대한 것 가운데 가장 좋은 타점과 각도가 나오더라. 그걸 우리 정호영과 메가에게 잡으라고 할 수 없었다. 그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고 치켜세울 만큼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역시 “오늘 경기는 김연경이 없었다면 이기기 어려웠다. 은퇴를 앞뒀지만,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보여줬다. 책임감을 짊어지고 뛰었다”고 극찬했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가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이길 원한다. 대전 원정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짓겠다는 마음이다. 경기 뒤 그는 “끝나고 팬들에게 한마디 했는데 약간 울컥했다. 이제 한 경기만 이기면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나더라.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 홈경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팬들도 우리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걸 원치 않을 거다. 대전 원정에서 마무리하겠다. 4차전과 5차전은 없다고 생각하고, 3차전만 생각하고 준비할 것"”라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은퇴를 앞둔 이번 시즌 여러 번 "울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마지막일지 모를 홈 경기’에도 감정이 북받치는 걸 느끼고 은퇴의 순간에는 감정에 맡기기로 했다. 김연경은 “오늘 봐서는 울 것 같다”면서 “너무 펑펑 울면 좀 그러니까 적당히 울겠다. 조금 앞서가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승하고 펑펑 울더라도 예쁘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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