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KBO리그 출신 ‘역수출 신화’가 나오는 것일까. 지난해 KBO리그 NC에서 뛰면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을 수상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선 카일 하트(32)가 빅리그 복귀전에서 선발승을 거뒀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뛰는 하트는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5 MLB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호투하며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샌디에이고는 개막 후 5연승을 달렸고, 하트는 빅리그 첫 선발승을 거뒀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9라운드 568번으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한 하트는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2020년 보스턴에서 빅리그 무대에 올랐다. 그해 4경기에 출전해 1패, 평균자책점 15.55(11이닝 24피안타 21실점 19자책)로 고전한 하트는 이후 마이너리그에서만 던지다가 2024년 KBO리그 NC와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지난해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 3패, 평균자책점 2.69, 182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로 활약한 하트는 시즌을 마친 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KBO리그는 빅리그 복귀를 위한 지렛대였다. 하트는 올해 2월 샌디에이고와 1+1년 최대 600만달러에 계약했고 5선발로 정규시즌 개막을 맞았다. 이날 하트는 보스턴 소속이던 2020년 9월 2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이후 4년 7개월 만에 빅리그 마운드에 섰다.
1회초 첫 타자 스티븐 콴을 시속 128㎞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하트는 다음 타자 호세 라미레스에게 싱커를 던지다가 왼쪽 담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허용했다. 하트는 3회에도 첫 오스틴 헤지스에게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이후 추가 실점은 없었다. 4회를 삼자범퇴 처리한 하트는 5회 무사 1, 2루에서, 2루 주자 가브리엘 아리아스가 3루로 향하자 견제구를 던져 주자를 잡아냈다. 샌디에이고 3루수 매니 마차도가 아리아스를 태그하고, 2루로 송구하려 할 때 아리아스가 마차도를 껴안았다. 심판진은 이를 수비 방해로 인정해 2루로 뛰던 헤지스도 아웃 판정했다. 5회 위기를 잘 넘긴 하트는 팀 타선의 도움을 받아 승리도 챙겼다.
이날 하트는 공 80개를 던졌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0㎞로 빅리그 투수 치고는 빠르지 않았지만, 스위퍼(21개), 체인지업(20개), 싱커(15개), 슬라이더(12개), 직구(12개)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클리블랜드 타선을 요리했다.
하트는 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그 ‘역수출 신화’에 도전한다. 최근 외국인 투수들 중 KBO리그에서의 맹활약을 기반으로 다시 메이저리그에 돌아가 달라진 위상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여럿 된다.

그 시작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현 SSG)에서 뛰었던 메릴 켈리다. 켈리는 4년간 48승32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활약했고, 2019년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뛰고 있다. 2022년 13승8패 3.37로 빅리그에서도 정상급 선발투수로 거듭난 켈리는 2023년 12승8패 3.29를 기록한 뒤 올 시즌에도 지난달 28일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1실점 호투로 첫 승을 거뒀다.

하트보다 한 해 전인 2023년 NC에서 뛰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뒤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에릭 페디도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며 9승9패 3.30으로 어엿한 빅리그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페디도 지난달 30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거둔 바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벤 라이블리는 아예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5이닝 3실점으로 제 몫을 다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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