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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노모 떠올라”…김동연, 안동 어르신 팔·다리 주무르며 ‘몸짓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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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3-31 10:26:01 수정 : 2025-03-31 12: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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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안동지역 돌며 배식·안마 봉사
피해 노인들 얘기 들으며 발·다리 주물러
바닥에 은박 매트 한 장…구순 노모 떠올려
“힘을 합쳐 복구…건강하게 白壽하셔야”
“어머님이 살아계신 데 이제 아흔이세요. 서른둘에 홀로 되시고 4남매를 키우셨습니다. 여기서 뵈니 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힘을 합쳐 빨리 복구할 테니 백수(白壽)하시고 건강하셔야 해요.”

 

이달 29일 오후 경북 안동시의 한 체육관. 역대 최악 산불 피해를 겪은 이재민들은 넋을 놓고 허망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60대 노신사가 부인과 함께 조용히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 건 이때였다.

 

검은색 점퍼 차림의 이 남성은 은박매트 위에 몸을 푼 고령의 주민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한 이재민 여성이 “피해가 커서 너무 절박한데 지원은 너무 늦다”고 하소연하자, 그는 “직접 현장을 보고 말씀도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얘기만 듣고 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뭐라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가 29일 경북 안동시 안동서부초등학교 체육관에서 고령 이재민의 다리를 주무르며 대화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이 남성은 올해 92세를 맞은 노인의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냉기가 올라오는 체육관 바닥에 매트 한 장으로 버티는 모습에 어머니를 떠올린 듯 했다.

 

전국의 자원봉사자 1000여명이 경북 북부 5개 시·군을 찾아 다양한 봉사활동에 나선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동참한 것이다.

 

31일 도에 따르면 김 지사와 부인 정우영 여사는 이달 29일 안동 산불 피해 지역을 돌며 배식과 안마 봉사에 참여했다. 잠시 머물며 사진찍기에 그치던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진심을 담았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일 오전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산불 피해 현장을 찾은 김 지사는 현장을 둘러본 뒤 이재민 가족을 만나 “기운을 내시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추가로 도울 일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는 영남지역 대형 산불과 관련해 전국 최대 규모인 소방관 278명, 펌프차·물탱크 등 장비 100대, 산불 진화 임차헬기 3대를 지원한 바 있다. 

 

이어 주민들이 머무는 임하면 복지회관을 방문해 인사하고, 노인들의 다리를 주물렀다. 대피소 생활에 지친 노인들의 몸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건넨 것이다. 도 관계자는 “노모를 모시는 김 지사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29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복지회관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와 부인 정우영 여사(오른쪽 두 번째)가 이재민 노인들의 다리를 주무르며 얘기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자장면 배식 차량이 오자 차에 올라 40분가량 면을 삶아 배식 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그의 진심을 담은 ‘몸짓 대화’는 안동서부초등학교 체육관에서도 반복됐다. 김 지사 부부는 은박매트 위 고령의 이재민들과 대화하며 계속 다리를 주물렀다. 경기도 관계자에게는 피해 마을과 경기도 시·군을 짝지어 지원할 수 있는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곳 산불 대응 현장에 파견된 경기도 소방대원들을 만나 “경기도 소방이 헌신적으로 이재민을 보호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며 “우리 도민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 대원들도 안전에 특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속 대원들은 2054가구의 민가 보호, 545회 급수 지원, 52만8829㎡ 규모의 산불 진화 활동(28일 기준)을 마쳤다. 아울러 도는 재해구호기금 35억원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지원했고 경북 영덕군에 11t 트럭 2대 분량의 응급구호세트 500세트, 청송군에는 11t 트럭 3대 분량의 담요·수건·휴지와 매트리스 500개를 전달했다.

 

도정 업무에 복귀한 김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난에는 경계가 없다”며 “함께 하는 마음과 행동이 가장 큰 위로이자 힘”이라고 적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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