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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불모지’서 일궈낸 세계 시장 진출… “맛은 안 밀린다”

입력 : 2025-03-31 06:00:00 수정 : 2025-03-30 21: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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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싱글몰트 생산 기원위스키 르포

위스키, 연교차 큰 지역 숙성 잘돼
韓, 기후여건에 물 좋아 최적 조건
세계 3대 시장 日 등 10곳에 수출
신제품 만들어 2025년 안 中 진출도

원가의 100% 넘는 주세 개정 절실
롯데 증류소 설립 땐 시장 커질 것

구릿빛 증류기 두 대에서 증류를 거친 투명한 원액이 파이프를 타고 흘러나왔다. 분쇄된 맥아(싹을 틔워 건조한 곡물)가 당화, 발효, 증류 과정을 거친 뒤 59.1도의 ‘뉴메이크 스피릿(원액)’이 되는 순간이다. 높은 도수의 원액이지만 단맛과 신맛, 고소함과 시트러스함이 피어오른다. 김유빈 기원위스키 증류소 과장은 “이 중 맛과 향이 뛰어난 10∼15%만 오크통에서 숙성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인 기원위스키는 해외 시장에서 잇따라 호평을 받으며 국산 위스키 경쟁력을 높였다. 국산 위스키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세계 3대 위스키 시장인 일본에 진출했고, 올해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린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산 위스키 산업은 해외와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숙성 기간이 필요한 위스키 특성상 투자 대비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 유통기업들이 쉽사리 나서지 못해서다.

대기업 대신 영세업체들이 위스키 생산에 도전했고, 그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2020년 첫 싱글몰트 위스키를 선보인 기원위스키는 세계 3대 주류 품평회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주류 품평회에서 지난해 더블 골드 메달을 받았다. 더블 골드 메달 수상작은 세계적인 품질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심사위원 70명이 만장일치로 골드 점수를 줘야 한다. 도정한 기원위스키 증류소 대표는 “어느 12년 위스키를 가져오더라도 맛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들이 대부분 강을 끼고 있을 정도로 위스키는 물과 기후가 중요하다. 한국은 자연수가 깨끗하고 연교차가 커 위스키를 생산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한다. 기온이 오르면 오크통 나무가 팽창하면서 술을 빨아들여 머금고,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가 수축해 술을 내보낸다. 이런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위스키의 맛과 향이 풍부해지는데, 연교차가 큰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숙성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상품성을 인정받으면서 국산 위스키 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수출입통계를 보면 지난해 일본으로 수출한 위스키 규모는 4만5000달러(약 6600만원)로 전년(2만6000달러)보다 73% 이상 늘었다.

국내 위스키 업체들은 위스키 산업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주세법을 꼽는다. 한국은 맥주와 막걸리에는 출고량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를, 위스키·소주에는 출고가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를 적용한다. 위스키의 경우 72% 세금이 붙고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모두 합하면 원가의 100% 이상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수입 위스키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아 불리한 구조다. 사업 초기인 국내 위스키 생산업체들에 큰 부담이라고 한다. 도 대표는 “공평하게 (다른 위스키와) 경쟁할 수 있게 바꿔줬으면 한다”며 “수제맥주도 법이 바뀐 뒤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고 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칠성음료가 올해 위스키 증류소 설립을 본격화하면 위스키 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대기업 계열사가 국내에 증류소를 만드는 건 처음이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주세법을 두고 대립하던 희석식 소주 생산기업이 위스키 산업에 뛰어들면 법 개정에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원위스키는 올해 생산량을 늘리고 단가를 낮춰 매출 확대에 나선다. 피트(이탄) 위스키 ‘유니콘’이 4월1일 출시되면 지난해 말 예고한 시그니처 위스키 3종(호랑이·독수리)이 모두 시장에 나오게 된다. 지난해 약 3만병을 공급했는데 올해는 수요에 따라 공급량도 늘릴 계획이다. 도 대표는 “미국과 일본, 대만 등 10곳에 수출하고 있고 올해 안에 중국에도 수출하려고 한다”고 했다.


남양주=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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