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상대로 2연승 땐 정규 1위 확정
안, 국내파 3년 만에 ‘트리플 더블’도
“슛 별로라는 평가에 이 악물고 연습
FA 신경 안 쓰고 우승에만 집중할 것”
“통합우승이 먼저죠. 나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고요.”
2024~2025시즌 프로농구에서 서울 SK를 리그 1위에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한 안영준(30·195㎝)이 ‘올 시즌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거론되고 있다’고 하자 고개를 저으며 한 말이다.

지난 4일 경기 용인 SK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지만 일단 흘려보내고 있다”며 거듭 자신보다 팀의 영광을 우선했다. 안영준은 올 시즌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2경기에서 평균 34분17초를 뛴 안영준은 14.5점 6.0리바운드를 적립했다. 2017~2018시즌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이다. 국내 선수 중에선 득점 1위다.
안영준은 “사실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병역문제를 해결한 뒤 복귀한 지난 시즌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걸 더 준비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서툴렀는지 알게 됐어요. 개막을 앞두고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안영준은 팀 우승만 생각했지 개인 상을 노리고 농구를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안영준의 활약에 SK는 리그 역사상 최단기간 및 최고승률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36승8패(승률 0.818)를 기록 중인 SK가 14일과 16일 원주 DB와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하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다.
이때 SK는 과거 동부(현 DB)가 2011~2012시즌 세운 최단기간 우승기록(47경기)을 46경기로 앞당기게 된다. 또 10경기를 남겨 둔 SK는 한 시즌 최다승(44승)과 최고승률(0.815)도 넘보고 있다. 안영준은 “성적도 나오고 팀 분위기도 좋다”며 “영상미팅에서 전희철 감독님과 세세하게 분석하고 수비 패턴을 연구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안영준은 ‘육각형 포워드’로 불린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코트에서 오랜 시간 뛸 수 있는 체력, 공격력과 수비력 등 농구선수가 갖춰야 할 여러 능력이 모두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안영준은 10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경기에서 11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생에 첫 트리플더블도 기록했다. 국내 선수가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건 2021~2022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함지훈 이후 3년 만이다.
안영준이 처음부터 공수겸장 선수로 인정받은 건 아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각 구단이 저에 대해 ‘슛이 안 좋다’는 평가를 내렸어요. (제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습니다. 슛이 괜찮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이를 악물었는데, 이젠 그런 (부정적) 평가가 사라져 다행이네요.”(웃음)

안영준은 데뷔 시즌 당시 42경기 7.1득점으로 가능성을 뽐내며 신인왕 타이틀을 따냈다. 허훈과 양홍석 등 쟁쟁한 경쟁자를 눌렀다. 그는 입단 동기들과 함께 올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도 얻게 된다. 일각에서는 FA 시장에서 안영준이 최대어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영준은 “시즌 초반에는 FA가 많이 신경이 쓰여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럴수록 잘 안 풀렸다”며 “마음을 놓고 흘러가는 대로 하다 보니 농구가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SK가 우승후보라는 평가도 받지 못했고 저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편안하게 농구를 하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팀이 우승하는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SK가 3차례 챔피언결정전 왕좌에 올랐을 때 그중 2차례를 함께할 만큼 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그는 “팬들에게서 ‘쟤는 작년보다 더 잘하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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