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반발…결국 철수 결정
건강기능식품 유통 구조 변화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 불거져
소비자 선택권 침해 우려 ↑
제도적 보완 논의 이뤄질까
일양약품이 다이소에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를 중단한 것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건기식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기회가 제한됐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약사단체가 제약사에 압박을 가해 특정 유통 채널과의 거래를 중단시켰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유통·제약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지난달 24일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대웅제약과 일양약품의 건기식 30여종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 제품은 종합비타민, 칼슘제, 루테인 영양제, 체중 관리용 가르시니아, 혈류 개선을 위한 오메가3 등이다. 소비자 수요가 높은 제품들로 구성됐다.
가격이 3000~5000원대로 형성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약국에서 2만5000원~3만원에 판매되는 제품과 일부 성분 차이는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국 대비 최대 10분의 1 가격에 건기식을 살 수 있었다.
실제로 출시 직후 다수 매장에서 재고가 동날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약사들의 거센 반발로 입점 4일 만에 일부 제품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유명 제약사가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에 공급하는 것은 약국과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후 약사회와 제약사 간 비공개 논의도 이뤄졌다. 일부 약사들은 “다이소에 납품한 제약사의 일반의약품을 전량 반품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약사회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만약 약사회가 제약사들에게 다이소 제품 취급 중단을 강요하거나, 다이소에 제품을 공급한 제약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유도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제51조에 따르면 사업자 단체는 구성 사업자의 사업 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건기식 업계 관계자는 “특정 업계의 압박으로 인해 기업이 제품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란에서 소비자 이익은 배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기회가 막힌 것이나 다름없다.
한 소비자는 “온라인에서는 이미 저렴한 가격에 건기식을 구매할 수 있는데, 다이소에서만 판매를 막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건기식을 구매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라며 “특정 단체의 개입으로 제품 판매가 제한된다면 소비자 선택권 침해로 해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양약품의 다이소 건기식 철수 사태는 건기식 시장을 둘러싸고 제약사와 유통업계, 약사단체 간의 이해관계 충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2024년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 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원대로 추정된다. 2020년과 비교해 약 17% 성장한 수치다.
이 중 약국을 통한 건강기능식품 판매 비중은 4.2% 수준이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건강기능식품 판매 비중은 70%에 달해 온라인 시장이 사실상 독점적인 유통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약사회가 특정 유통 채널에서의 건기식 판매를 반대하고, 제약사까지 압박한 것은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유통 구조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사회가 특정 유통망을 배제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무시한 처사”라며 “공정위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해석할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나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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