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에 수백억 대출해주고 아들·딸 채용 청탁한 한국산업은행

감사원, 산은 부실 여신 및 경영 실태 지적… 관련자 면직 및 수사 요청

국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KDB산업은행)의 한 지점장이 대출 브로커와 결탁해 부실기업들에 수백억원을 대출해주고, 그로 인해 산은에 100억원대의 손실을 초래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6일, 산업은행의 부실 여신과 관련된 정책자금 운용 실태를 감사한 결과, 총 20건의 위법 및 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2017년부터 대출 모집인의 대출 알선을 금지했으나, 청주지점장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대출 브로커의 알선을 받아 7개 기업에 총 286억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4개 기업이 부실화되면서 152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이 지점장은 대출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추정 매출액을 부풀리고, 기존 대출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인위적으로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는 최소 1억3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산은의 내부 감사에서는 이 지점장이 6차례에 걸쳐 여신 규정 위반 행위가 적발됐으나, 인사 기록에 남지 않는 ‘주의’ 조치만 받았다고 전해졌다.

또한, 감사원은 이 지점장이 대출해준 업체 7곳에 대해 자기 아들과 딸을 채용해달라고 청탁한 사실도 적발했다. 해당 자녀는 이들 업체에서 입·퇴사를 반복하며, 7개 회사 중 3개사는 부실화돼 산은에 89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 지점장의 면직과 부실 여신 감사 업무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지난해 8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또한, 감사원은 산은이 공공 출자자로 참여한 사업에서 개발이익 배당 권리를 포기하고, 이를 민간 업체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한 담당 팀장의 면직을 요구했다.

산은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여 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인천남촌·대전안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공공 출자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담당 팀장의 지인이 소유한 민간업체 2곳은 산은이 포기한 배당 권리를 확보하여, 사업 예상 개발이익 2천241억원 중 최소 89%를 배당받을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작년 8월 PF 담당 팀장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에서는 산은의 부실한 경영 실태도 지적됐다. 산은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일환인 ‘하이난성 하이커우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에 국내 사모펀드(PEF)를 통해 1억3천만 달러(약 1900억원)를 투자했으나, 공항 대주주인 중국 하이난(HNA)그룹의 부도로 이 투자금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감사원은 산은이 중국 하이난그룹의 과도한 부채 문제를 알고도 투자 리스트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은은 8개의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상장 직전 저가에 매각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산은은 공모가 대비 최소 67억원의 기회이익을 상실했지만, 저가 매각을 실행한 팀은 부서 수익 목표의 2배를 달성한 이유로 팀장과 팀원들이 성과급을 두 배로 받으며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감사원은 산은이 2019년에 설립한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애초 목적과 달리 상업적 성격의 사모펀드 운용사로 운영되며, 시장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