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 캐스 선스타인 지음/박세연 옮김/한국경제신문/2만2000원
‘마태효과’로 불리는 현상이 있다.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1968년 발표한 개념이다. “가진 자는 얻어서 더 넉넉해지지만 없는 자는 뺏겨서 더 가난하게 될 것이다”라는 신약성서 마태복음 한 구절에서 유래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의미한다. 마태효과에 따르면, 어떤 인물이나 대상이 일단 명성을 얻으면 이 인기와 관심도는 점차 눈덩이처럼 커진다. ‘공포 소설의 제왕’ 스티븐 킹의 인기는 그가 뛰어난 작가이자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인물로 알려지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과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동 연구팀이 성과를 낼 경우 노벨상 수상자처럼 이미 명성이 높은 과학자는 기여도를 쉽게 인정받는 반면,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에겐 과학계 내에서도 인색한 평가를 내린다. 이런 점에서 마태효과는 근본적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넛지’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펴낸 신간 ‘페이머스: 왜 그들만 유명할까’는 초반 우위 또는 기존 유리한 지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강력한 힘을 발하는 이 같은 현상이 비즈니스와 정치, 과학, 예술, 스포츠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나타난다고 말한다. 사회 전 분야에서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유명할수록 더 쉽게 유명해진다.”

저자는 일부 사람만이 ‘행운의 벼락’을 맞는다고 표현한다. 비틀스, 테일러 스위프트, 밥 딜런, 레오나르도 다빈치, 제인 오스틴, 스티브 잡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버락 오바마 등이 벼락을 맞은 이다. 저자는 이들이 특별하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유를 오로지 개인 내적 자질에서 찾으려는 건 오류라고 강조한다. 개인의 특별함만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책이나 영화 등 문화상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건 대개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한 결과다. 소외되기 싫어하고, 집단의 일원이 되려 하는 인간의 심리가 기저에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훌륭한 가수다. 나도 좋아한다. 그러나 그녀 역시 부분적으로 점점 더 많은 이가 그녀를 알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집단의 일원이 되길 원했기 때문에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108쪽)
원제는 ‘하우 투 비컴 페이머스’. 하지만 저자는 이 제목이 “속임수에 가깝다”고 고백한다. 선스타인은 벼락을 맞은 이들이 잡은 ‘행운’의 요체를 블랙박스 뚜껑을 열어 분해하듯 샅샅이 분석한다. 그리고 결론 내린다. “유명해지기 위한 비결은 없다.” 많은 혁신가가 네트워크 도움을 받지 못해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조력을 받지 못해서 실패한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관심을 받지 못한 수많은 아인슈타인이나 셰익스피어, 또는 밀턴은 얼마든지 새롭게 발견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사이에 있을지 모르는 그들의 존재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적절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들이 적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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