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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청춘’ 밥 딜런 …美 대중음악 전설의 시작을 담다

입력 : 2025-02-25 20:26:54 수정 : 2025-02-26 02: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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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컴플리트 언노운’ 26일 개봉

1961년 스무살 뉴욕 데뷔부터
1965년까지 초기 음악들 다뤄
1964년 포크 가수로 스타 탄생
1965년 돌연 로큰롤 변화 충격
풋내기 스타의 선택 들여다봐

주연 샬라메, 창법 등 5년 연구
직접 노래·연주 라이브로 소화
2025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밥 딜런의 영국 투어를 동행 촬영한 다큐멘터리(다큐) ‘돌아보지 마라’(1965).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딜런과 그의 음악적 동료들의 푸티지(일정한 길이의 필름)를 그러모아 엮은 다큐 ‘노 디렉션 홈’(2005). 케이트 블란쳇, 리처드 기어,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벤 위쇼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딜런의 다면적 모습을 쪼개어 연기한 ‘아임 낫 데어’(토드 헤인즈·2007). 미국 대중음악의 상징적 인물인 딜런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으려는 명감독들의 야망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마침 ‘밥 딜런 영화’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작품이 도착했다. 티모테 샬라메(30)가 1961년부터 1965년까지 딜런의 초기 음악 인생을 연기한 ‘컴플리트 언노운’(26일 개봉)이다.

1941년생인 딜런은 스무 살이던 1961년 기타 하나만 들고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등장한다. ‘비트세대’들이 모여 토론하고 노래하던 카페의 라이브 공연 무대에 올라 빼어난 재능을 선보인다. 자유와 평화를 담은 저항의 노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1964년까지 포크 가수로 열광적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1965년 뉴포트포크페스티벌 무대에 선 그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청중들 앞에서 돌연 어쿠스틱기타 대신 일렉트릭기타를 들었다. 로큰롤로 갈아탄 듯한 딜런의 ‘변절’을 비난하는 포크 팬들의 야유와 반발이 쏟아지고 축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끝난다.

 

밥 딜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에는 딜런과 더불어 20세기 중반 미국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포크가수 피트 시거, 존 바에즈 등이 등장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후에도 ‘변절’에 대한 팬과 동료 음악가, 비평가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딜런은 아랑곳하지 않고 컨트리 록의 유행을 이끌었으며, 저항정신의 상징이 됐다. 2016년에는 노벨문학상도 받았다. 이런 사실을 관객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야심은 비타협적인 의지로 위대한 성취를 이룬 딜런의 전기영화가 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대신 풋내기 스타이자 고뇌하는 청춘이던 딜런이 내린 선택들을 차분히 돌이켜 이해해 보자는 데 있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딜런의 실제 역사와 60년대 미국 현대사를 그의 음악과 함께 탁월하게 엮어내는 모범적 음악영화이기도 하다.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로 미국이 소련과의 핵전쟁 발발 공포에 떨던 밤, 딜런은 즐겨 공연하던 그리니치 빌리지 가스라이트 카페에서 전쟁광들을 직격하는 가사를 담은 ‘전쟁의 귀재들(Masters of Wars)’을 열창한다. 1965년 뉴포트포크페스티벌에서 부른 ‘시대는 변하고 있지(The Times They Are A-Changin)’에는 달라진 행보를 예고하는 직설적인 목소리가 담겼다.

피트 시거 (에드워드 노턴)

영화엔 딜런과 영광적인 순간을 함께한 실존 음악인 우디 거스리(스쿠트 맥네리),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턴), 존 바에즈(모니카 바바로) 등의 캐릭터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시거는 포크 부흥의 선구자이자 미국 민중가요의 전설이 된 뮤지션으로, 일생 동안 인권과 반전, 평화를 노래했다. ‘포크 여왕’으로 불리는 바에즈는 밥 딜런의 음악적 파트너이자 연인으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았다. 밥 딜런과 60년대 포크음악에 조금이라도 애정을 가진 관객이라면 상영관을 나서며 고농도 피로회복제를 섭취한 듯한 벅찬 감동을 느낄 것이다.

밥 딜런 (티모테 샬라메)

샬라메는 5년 반가량 딜런의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 말투와 자세, 버릇, 목소리와 창법을 연구해 연기했다. 포크 음악을 녹음해 립싱크하는 방식으로 촬영하려던 제작진을 설득해 라이브로 노래하고 연주했다고 한다. 그는 이 영화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이후 두 번째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할 경우 역대 최연소 기록을 쓰게 된다.

존 바에즈 (모니카 바바로)

샬라메는 이 영화로 ‘미리 보는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불리는 미국배우조합상(SAG)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유수의 연기상을 수상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SAG 수상소감에서 샬라메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아티스트 밥 딜런을 연기하는 데 내 인생의 5년 반을 쏟아부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위대함을 추구하고,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다. 위대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았고, 그들과 같은 자리에 오르고 싶다”고 야심을 드러냈다. 청춘스타를 넘어 불멸의 상징으로 기록된 밥 딜런의 길을 따라가려는 것일까. 샬라메의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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