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인 22일 오후 경기 수원의 A대형마트 계산대 옆 한켠에는 상품이 가득 담긴 카트 몇 개가 줄지어 있었다. 카트 안에는 생딸기, 한라봉, 망고, 배, 양상치, 부추 등 과일·채소류를 비롯해 라면, 맥주, 과자 등 각종 상품이 가득했다. 그런데 ‘카트 주인’은 안 보이고 마트 직원이 카트에 담긴 상품을 하나씩 ‘리턴 냉장고’에 옮기고 있었다. 냉동식품은 냉동고에, 신선식품은 냉장고로 구분해 옮겼다. 무슨 일일까. 마트 직원은 “고객들이 (구매하지 않고) 놓고 간 상품을 분류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런 일이 잦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매장을 수시로 돌며 방치된 카트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A대형마트를 찾을 때 마다 매번 같은 상황을 목격 한다. ‘주인 없는 카트’가 이처럼 빈번한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얌체 쇼핑족’ 때문이다.

‘얌체 쇼핑족’은 다양한 시식 행사를 즐기며 카트에 각종 상품을 담는다. 고객으로 위장하기 위해서다. 쇼핑 도중 카트에 담긴 과일을 꺼내 먹거나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고객이 구매를 위해 상품을 카트에 담은 만큼 누구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악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도 카트에 여러 상품을 담은 고객들이 매장을 돌며 시식과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다만 이들이 실제 고객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마트 측이 확인에 나설 경우 인권침해 논란과 함께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얌체 쇼핑족’의 행태는 전국 대형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게 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얌체 고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게 사실이다”며 “이들은 여러 마트를 돌며 횡포를 부리고 있어 확인이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선식품의 경우 폐기처분 하고 있는데 물질적 손해는 마트측이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B 대형마트 측 관계자도 “전국 매장이 ‘얌체 고객’들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얌체 쇼핑족 블랙리스트’라도 만들어야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매장내 CCTV를 통해 상습적인 ‘얌체 쇼핑족’을 확인해 내부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쇼핑객들을 일일이 CCTV를 통해 확인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고객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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