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등 피해자 돕기 위해 모금
매일 119원씩… 4500여명 동참
기업 임원·자영업자들도 힘 보태
취약계층 96가구에 총 4억 지원
“사고현장에서 복귀하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피해자들이 늘 걱정됐습니다.”
불타버린 가게 앞에서 주저앉은 영세한 상인부터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겨우 살아난 어린아이까지. 가슴 저미는 사연들은 소방관들에게 언제나 마음에 짐으로 남는다. ‘조금이나마 짐을 덜어낼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119원의 기적’ 모금액이 5년 만에 12억원을 넘어섰다.

인천소방본부는 119원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한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간 쌓인 모금액이 12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첫해 2400만원을 시작으로 2020년 1억6000만원, 2021년 2억1000만원, 2022년 2억6000만원, 2023년 2억9000만원, 지난해 2억6000만원 등 매년 모금액이 느는 추세다.
119원의 기적 캠페인은 인천소방본부 소방관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하루에 119원씩 모아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한 명이 매일 119원을 한 달 동안 모아봤자 커피값 정도인 3570원에 불과하지만 누적 동참인원이 4500명을 넘어서면서 큰돈이 됐다. 소방공무원이 절반 이상인 2400명이고 나머지 2000명은 기업 임직원과 자영업자 등이다.
모금액 중 4억2000만원은 화재 등으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 96가구에 전달됐다. 2021년 4월 새벽에 난 불로 인천에서 세 자녀를 키우던 부부의 집이 불에 탔다. 아버지와 첫째 딸은 화상을 입었다. 인천소방본부는 이들에게 의료비 등으로 350만원을 지원했다.
2020년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이다가 난 불로 화상을 입은 10살과 8살 초등학생 형제도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온몸에 1도 화상을 입은 동생은 화재 발생 37일 만에 숨졌고 형은 3도 화상으로 피부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간 많은 사고 피해자가 지원을 받았지만 내부 규정 탓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119원의 기적 규정은 수혜자를 사고를 당한 기초생활수급자나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으로 제한한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취약계층이 아니라도 집이 전부 타거나 화상을 입은 아동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 소방본부의 모금 활동에도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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