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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T·켄트리지… 최고 중 최고 무대 ‘두근두근’

입력 : 2025-02-16 21:00:00 수정 : 2025-02-17 16: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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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아트센터 4월 개관

미국 ABT 13년 만의 내한
최고 안무가 초연작 예고
수석무용수 서희 등 출연

켄트리지 전방위 예술가
무용·문학·영상 융합 이색

“동시대 최전선 秀作 선택”

이보 반 호프, 로베르 르파주, 매튜 본, 아크람 칸, 피나 바우슈 등 당대 거장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던 LG아트센터가 마곡으로 떠난 후 문 닫혔던 서울 강남 GS타워 대극장이 되살아난다. 특별한 아티스트에게만 허락됐던 공간이 축적한 자부심과 전통을 승계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출범한 GS문화재단이 고민 끝에 지은 새 이름은 GS아트센터.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작품만 올린다”는 정평을 쌓았던 공간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을 예술계가 반기고 있다.

‘경계 없는 관객의 요람’을 표방한 GS아트센터 개관 공연은 ‘미국 발레의 자존심’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맡는다. 이어서 장르를 규정하기 힘들 정도로 작품세계가 폭넓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시각예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와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대표작을 선보이는 개관 페스티벌이 열린다.

GS아트센터 박선희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동시대 예술의 최전선에 있는 수작을 선택하여 선보입니다. 장르와 장르가 연결된 글에서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무대들입니다.”

박선희 GS아트센터 초대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개관 프로그램과 한창 마무리 중인 센터 개·보수 현장을 소개하며 “매년 경계를 지우는 세계적인 창작자를 선정하고 그들이 가진 예술관을 총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해 여러 작품을 선별해서 소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무용의 향연

1940년 창단한 ABT는 현대무용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명문 발레단이다. 전설적 발레리노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무용수이자 예술감독으로서 전성기를 주도했고, 조지 발란신과 트와일라 타프 등 역사적 안무가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 보인 곳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미국 의회가 국립발레단으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을 정도다.

2012년 지젤 공연 이후 13년 만인 ABT의 이번 내한 무대(4월24∼27일)는 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안무가 초연작으로 채워졌다. 1947년 초연한 발란신의 ‘테마 앤드 바리에이션’과 1986년 초연한 트와일라 타프의 ‘인 더 어퍼 룸’, 현재 미국에서 주목받는 안무가 카일 에이브러햄의 ‘머큐리얼 선’과 젬마 본드의 ‘라 부티크’를 공연한다.

 

ABT에서 수석무용수로 활약 중인 서희와 안주원, 박선미, 한성우 등도 국내 팬 앞에 선다. 서희는 2006년 ABT 입단한 지 3년 만에 주역으로 발탁된 후 2012년부터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안주원은 다양성을 중시하는 ABT에서 2020년 첫 아시안 남성 수석무용수로 발탁됐다.

윌리엄 켄트리지의 ‘시빌’. GS아트센터 제공

◆경계를 허무는 무대

목탄화를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 촬영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기억과 망각을 시각화하는 윌리엄 켄트리지. ‘작가 중 작가’로서 현대미술 거장으로 평가받으며 연극과 오페라 연출도 하고 조각도 하는 전방위 예술가다. GS아트센터에선 ‘시빌(Sibyl·5월9∼10일)’과 ‘쇼스타코비치 10: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더라면(5월30일)’ 두 작품을 선보인다.

‘시빌’은 라이브 음악과 연극, 무용, 문학, 드로잉 애니메이션, 영상, 움직이는 조각 등 켄트리지 특유의 스타일을 한데 모은 대표작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예언자 시빌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운명과 불확실성에 대해 탐구한다.

대사도 스토리도 없이 이어지는 시적이고 아름다운 장면 곳곳에 켄트리지는 미래에 대한 동시대인의 불안과 공포를 숨겨 놓는다. 2019년 로마 오페라 극장 초연 이후, 런던 바비칸 센터와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 빈 페스티벌,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에서 공연되었으며, 2023년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쇼스타코비치 10’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에서 오페라 연출로 활약한 작가가 동명 교향곡을 시각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특유의 목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정치적 억압과 예술가의 저항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0번 연주와 켄트리지가 제작한 영상이 어우러지는 무대로 카메라의 시선을 빌려 레닌과 스탈린 등 독재자들의 시대에 쇼스타코비치로 대표되는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다. 영상은 사람이 들어가 연기하는 실물 크기 인형, 판지로 만든 미니어처 세트, 콜라주 작업 등 켄트리지 특유의 예술 양식을 보여준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라 부티크’ 공연. GS아트센터 제공

◆무용혁신의 최전선

GS아트센터의 또 다른 초청 예술가는 혁신적인 무대로 명성을 쌓아가는 스페인 현대무용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다. 그가 이끄는 라 베로날 컴퍼니와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이 전통(플라멩코)과 현대, 무용과 연극, 퍼포먼스, 사진과 영상 등을 총망라한 무대를 보여준다.

첫 번째 작품 ‘아파나도르(4월30일∼5월1일)’는 사진작가 루벤 아파나도르가 오래전 촬영한 흑백 플라멩코 사진집 두 권에서 받은 영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플라멩코 하면 떠오르는 레드가 아닌 오로지 블랙과 화이트, 빛과 그림자만으로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주조한다.

두 번째 작품 ‘파시오나리아(5월16∼18일)’는 ‘열정의 꽃’을 뜻하는 스페인어 제목과는 상반되게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인간의 감정을 억누른 인공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스탠리 큐브릭 등 SF영화 거장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무대는 어둡고 불안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몽환적인 세계, 차분하고 섬세한 미장센, 위트와 즐거움을 담은 장면을 전면에 내세우며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낸다.

세 번째 작품 ‘죽음의 무도(5월17∼18일)’는 죽음의 공포를 떨쳐내려고 중세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의식을 설치와 비디오, 퍼포먼스 힘을 빌어 현대적 언어로 소환한다. 저녁 시간, GS아트센터 로비에서 관객과 배우가 함께 이동하며 공연되는 이 작품은 공연장이란 공간의 또 다른 가능성을, 관객에게는 예술을 감상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계획이다. 안무가는 ‘생의 연약함에 대한 찬미와, 가치를 상실한 삶에 대한 묵상을 제안한다’고 작품을 소개한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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