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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약 먹는 교사들 많아 더 신경 써야… 해결 방식 잘못되면 교권침해 악용 우려” [대전 초등생 참사]

입력 : 2025-02-12 19:20:00 수정 : 2025-02-12 18: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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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교사들 충격 속 대책 촉구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40대 교사가 1학년생 김하늘(8)양을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소식에 일선 교사들도 충격에 빠졌다. 교사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사건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교권 침해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29)씨는 12일 “초유의 사건에 모두 충격에 빠졌다”고 주위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씨는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살인을 저지른 A교사가 사건 전에 컴퓨터를 부수고, 동료를 폭행했는데도 학교에 나왔다. 연가를 쓰게 하든, 완전한 분리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12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양의 아버지가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하늘양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교사들은 휴직이나 복직 등의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이달 초 동료 교사에게 폭력적 행동을 보이자 학교 측이 재차 휴직할 것을 권고했으나, 재휴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재휴직이 무산된 건 ‘질병 휴직은 2년 내 가능하며 같은 사유로는 질병 휴직을 연장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서모(27)씨는 “교감이 이상함을 느끼고 가해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재휴직을 권고했는데도 ‘동일 사유’로 휴직이 불가했던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살인까지 할 수 있는 폭력성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진단서를 받고 복직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병원 등에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전조증상에도 학교 측의 대처가 소극적이었단 지적과 관련해 현장에서는 학교현장의 분위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등학교 교사 이모(56)씨는 “장학사가 사건 당일 오전 학교를 방문해 관리자에게 ‘분리 조치’ 의견만 말했고, 정작 당사자를 만나지도 않았다”며 “문제를 해결하는 척만 하지 말고, 교육청과 학교 등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한다”고 했다.

 

교사의 정신건강 관리를 촘촘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울증 등 때문에 정신약을 먹는 선생님들이 적지 않다”며 “이번 사건으로 정신적 문제를 가진 교사들이 위축되고, 치료를 꺼릴까 걱정된다. 교사들의 마음·정신 건강에 더 신경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제도 개선이 교권 침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교사 장모(60)씨는 “정신질환 문제는 개인 신상의 문제다. 해결 방식이 잘못되면 교사에게 교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리자나 학부모 입장에서 교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악용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12일 대전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 추모객들이 놓고 간 국화과 편지 위에 우산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전문가들도 보다 정교한 시스템 개선을 제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일반적인 교사 문제가 아니라 극단적인 교사 한 명의 사건”이라면서도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게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정신질환 문제를 가진 교사를 어떻게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고,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될 때 어떻게 지원할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아이들 안전과 관련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질병 휴직의 경우 휴직과 복직을 신청하고, 받아주는 이런 부분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유명무실했던 기존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실질화하고, 교사의 이상 징후를 느낀 관리자와 동료 교사들이 교육청에 알릴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복직 시 본인 주치의뿐만 아니라 다른 의사의 진단서도 함께 제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며 “교사의 정신병력 제재 일변도로 대책을 강구하면 부작용이 나타나 오히려 숨기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한서·정세진·장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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