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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불안” “매출 반토막”… 헌재 앞 시위에 학부모·상인 ‘한숨’

입력 : 2025-02-10 20:00:00 수정 : 2025-02-10 21: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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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대규모 집회에 골머리

등하굣길 경찰·시위대 잇단 대치
주변 초·중·고 학생들 두려움 호소
호송차 행렬 땐 차량 혼잡도 극심

상인들은 경찰 검문에 영업 ‘타격’
“행인 통제에 손님 모시러 가기도”
경찰도 ‘1인 시위 가장 집회’ 진땀

“멀리 사는 학생은 부모님이 통학을 도와주는데, 차 댈 곳이 없어 주변을 뺑뺑 도는 일이 많아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매주 열리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의 재동초등학교에서 돌봄교사로 일하는 A씨는 이같이 말했다. 탄핵심판 기간에 매일같이 대규모 집회시위가 열리는 탓에 학부모들 근심은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이 경찰 차벽으로 통제되면서 인근 상권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헌재 반경 300m 이내에는 재동초와 덕성여중, 덕성여고가 있다. 특히 공동학군에 속하는 재동초는 주변에 살지 않는 서울 각지의 학생들이 다닌다. 학부모 차량으로 등하교하는 학생이 많아 집회시위로 인한 차량 혼잡이 더 큰 불편으로 와닿고 있다. 등하굣길에 격앙된 시위대를 마주한 학생들은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0일도 헌재 인근은 삼엄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경찰 버스 수십대가 차도를 따라 늘어섰고, 기동대가 헌재 앞을 지키고 있었다. 윤 대통령이 출석하는 변론기일이 열리는 날이면 더 많은 시위대가 모인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부지법 사태 때처럼 헌재 난동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돼 주변 경비도 강화됐다.

특히 6일 이후 헌재 변론이 오전 10시 시작되면서 학생들의 등굣길과 호송차 행렬이 겹치고 있다. 덕성여중에 다니는 고모(15)양은 “버스 타고 다니는 친구들은 불편해한다”며 “집회한다고 탄핵 못하는 것도 아닌데”라고 말했다. 하굣길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 장면은 학생들에겐 일상이 됐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은 ‘서부지법 사태’ 때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헌재를 ‘철통방어’하고 있다. 변론 날이면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보행로에도 겹겹이 울타리를 치고 신원이 확인된 사람만 통행을 허락한다. 1인 시위를 표방하며 헌재로 접근을 시도해 막무가내식 집회를 여는 이들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상인들은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헌재 맞은편 골목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박현종(35)씨는 “기동대 버스가 아침부터 가게를 막아서고 있다”며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대통령이 출석하는 날엔 손님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25년째 순두부찌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71)씨는 “나이 먹고 좀 이상해 보이면 경찰이 통행을 통제한다”며 “한번은 경찰관이 가게로 전화해서 직접 손님을 안국역까지 데리러 간 적 있다. 밥 먹으러 가는데 경찰이 검문하는 것 같으니 손님이 들어오겠나”라고 한탄했다.

통계청의 민간 데이터 플랫폼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헌재가 위치한 서울 북서부 지역 1월10일 음식 및 음료서비스 분야 카드 이용액은 전년(52주전) 대비 13.2% 줄었다. 이 지역의 식음료 가맹점의 전년 대비 카드 매출액도 1월10일 -17.1%, 17일 -7.9%로 줄었다.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건물 주위로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1월17일 기준 오락·스포츠 및 문화 관련 카드 소비는 전년 대비 7.3% 감소했다. 중국 대표 명절인 춘절 직전으로 관광객이 증가할 것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1인 시위를 가장한 집회에 경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집회는 ‘2인 이상’이 요건이기 때문에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지 않아 사전 신고 의무도 없고, 법원과 헌재 인근 100m 이내 장소에서 열어도 집회와 달리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왜 1인 시위를 막느냐”는 격한 항의만 되돌아오고 있다.


윤준호·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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