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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암 걸릴 확률, 태어나기 전 ‘이것’에 의해 결정된다고요?” [건강+]

입력 : 2025-02-10 22:00:00 수정 : 2025-02-10 17: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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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발달 중 특정 유전 상태 따라 암 발생 위험 높아지거나 낮아져



“불운만으로는 암 발생 차이 설명할 수 없어…유전적 변이 종종 발생”

김모(45) 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 왔기에 그는 이 소식을 믿기 어려웠다. 가족력도 없었고, 흡연이나 음주를 즐기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김 씨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유했다. 검사 결과 그는 특정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 변이는 태아 발달 과정에서 이미 결정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암 가족력이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태어나기도 전에 일부 위험이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평생 동안 암에 걸릴 위험이 태어나기 전에 부분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아 발달 중 특정 유전적 상태에 따라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 위치한 생의학 연구기관 밴 앤델 연구소(Van Andel Institute)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태아 발달 중 발생하는 두 가지 뚜렷한 유전적 상태를 분석한 결과, 하나의 상태에서는 암 위험이 높아지고, 다른 하나에서는 낮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10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진은 ‘TRIM28’이라는 유전자에 주목했다. TRIM28은 암 관련 유전자를 포함한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거나 침묵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당 수치가 낮은 쥐는 두 가지 패턴 중 하나로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하나의 패턴을 가진 쥐는 평생 동안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았고, 다른 패턴을 가진 쥐는 상대적으로 암 발생 위험이 낮았다. 암 발생이 높은 패턴에서는 폐암이나 전립선암과 같은 ‘고형 종양’ 위험이 높았으며, 낮은 패턴에서는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액상 종양’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일반적으로 고형 종양이 액상 종양보다 악성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러한 차이는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전적 패턴이 태아 발달 중 형성되며, 특정 패턴이 평생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암에서도 유사한 유전적 변이가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존 앤드류 포스피실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새로운 장을 여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일라리아 판제리 수석 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암을 단순한 불운으로 여기지만, 불운만으로는 암 발생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며 “이번 연구는 태아 발달 시기의 유전적 요인이 암 위험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 결과는 암의 진단,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암은 가장 치명적인 질병으로 꼽힌다. 1983년 이후 암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다. 2023년 기준 연간 암 사망자는 8만5271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4%를 차지했다. 사망자 4명 중 1명은 암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셈이다.

 

다행히 조기 진단,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 생존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암 생존자는 2019년 2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현재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암 생존자의 건강 유지와 이차 암 예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암 생존자를 위한 특별한 예방 수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암 예방 생활 수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암 예방 지침은 세계암연구기금(WCRF)과 미국암연구소(AICR)가 1960년대 이후 연구 결과를 종합해 제시한 ‘암 예방을 위한 10가지 권고’이다.

 

두 기관은 이 권고에서 ▲ 건강한 체중 유지 ▲ 지속적인 신체 활동 ▲ 통곡물, 야채, 과일이나 콩이 풍부한 식단 섭취 ▲ 지방, 전분, 설탕 함량 높은 패스트푸드나 기타 가공식품 섭취 제한 ▲ 붉은 고기, 가공육 섭취 제한 ▲ 설탕 많이 들어간 음료 섭취 제한 ▲ 알코올 섭취 제한 ▲ 암 예방 위한 보충제 사용 금지 ▲ 가능하면 모유 수유하기 외에 마지막 10번째로 ▲ 암 진단 후에도 이들 권장 사항 따를 것을 명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예방과 치료에 있어 조기 개입이 중요함을 시사하며, 태아 발달 과정에서부터 건강을 관리하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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