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운반책, 현장 검증서 ‘세관 검사 없이 통과’ 취지 주장
관세청, “직원들 근무 상황과 불일치” 반박

2023년 수천억원 상당 필로폰 밀수 사건의 인천공항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PD 수첩’ 방송을 두고 관세청이 6일 “직원이 연루됐을 개연성이 여전히 낮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날 보도설명자료에서 “경찰의 수사가 아직 완료된 시점은 아니다”라면서도 이같이 알렸다. 이어 “관세청은 장기간 지속하는 경찰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며 “추가 수사가 있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마약 운반책 진술 외에 추가 증거가 전혀 밝혀진 바 없이 논란만 지속돼 관세행정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며 “누설된 마약단속 정보・단속기법 등이 역이용돼 단속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PD수첩은 지난 4일 ‘5000억 마약 밀반입, 놓쳤거나 놔줬거나’ 편에서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사건을 다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마약 관련 제보가 들어왔고, 당시 백해룡 경정을 중심으로 본격 수사가 펼쳐졌다. 백 경정은 PD수첩에 ‘마약 10㎏을 누군가로부터 받아서 유통을 했다는 건, 뭉텅이로 넘겨준 조직이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수사를 멈출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영등포경찰서는 2023년 10월 국내 밀반입 필로폰 74㎏(시가 2200억원)를 유통하려 한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인으로 구성된 3개 범죄조직의 조직원과 단순가담자 등 26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다국적 조직의 필로폰 대량 밀반입을 도운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 7명에 대해 지난해 10월 압수수색도 펼쳤다. 이들은 마약 조직이 국내로 필로폰 24㎏을 밀반입할 당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게 도운 혐의다.
마약을 밀반입한 조직원은 인천공항 현장 검증에서 세관 직원들이 자신을 보고 알아차렸고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면서 검사 없이 통과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세관 제복을 입은 채로 마약 밀반입에 가담했다는 얘기다.

이에 관세청은 운반책 진술이 혐의를 받는 직원들의 근무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료에서 관세청은 “세관 직원 A·B씨가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안내해줬다고 진술했지만, A씨는 당일 연가로 근무하지 않았고 B씨는 사건 시간대에 입국장 밖을 출입하지 않았다”며 “운반책은 또 다른 직원 C씨를 지목하는 등 진술을 번복했고 경찰도 영장에서 ‘택시 승강장’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C씨가 세관 제복을 착용하고 공항 바깥까지 안내해줬다고 했지만 이는 기존에 지목했던 B씨를 C씨로 변경한 것이고, C씨도 사건 시간대에 입국장 밖으로 나간 기록이 없다“며 ”직원 D씨가 검사대에서 제복을 착용하고 근무했다는 운반책의 주장이 있지만 D씨는 당일 관복을 입는 검사대 근무가 아닌 사복 근무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직원들은 특정 비행기가 자신들의 구역으로 들어오는지를 사전에 알 수 없다“며 ”마약 운반책의 진술처럼 세관 직원과 공모하려면 모든 검사과의 직원을 매수해야 가능한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가정일 뿐“이라고 했다. 나아가 ”관세청은 지난 16개월 동안 압수수색 6회, 현장검증 5회, 소환조사 10회 등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왔다“며 ”국회 청문회에서 상세히 해명하고 수사팀 교체 이후에도 압수수색 등 계속된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는 등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