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美 범죄자 수용 제안에
트럼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체포한 불법 이민자를 처음으로 테러용의자를 감금했던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로 이송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리샤 매클로플린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이날 군용기가 구금돼 있던 불법 이민자 9∼10명을 태우고 관타나모 해군 기지를 향해 떠났다며 “매우 위험한 외국인 범죄자들”이라고 말했다. 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불법 이민자들을 관타나모 해군 기지에 무기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법에 따라 이들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군용기를 동원해 불법 이민자들을 과테말라, 페루, 온두라스, 인도 등으로 돌려보내는 형태로 추방했지만, 관타나모 해군 기지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9·11 테러가 발생한 다음해인 2002년 쿠바와의 조약을 통해 영구 임대한 관타나모만의 해군기지에 테러 용의자 구금·수용 시설을 만들었다. 미국이 아닌 쿠바에 위치한 관타나모 수용소는 기소 절차를 밟지 않은 용의자를 장기간 가둬두거나 고문을 자행하는 등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범죄를 저지른 미국인을 엘살바도르 교도소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그렇게 할 법적 권한이 있다면 나는 당장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이는 전날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첫 해외 순방으로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화답한 것이다.
전날 미국과 엘살바도르 양측은 ‘우정’의 표시로 미국이 추방하는 불법 이민자를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수감하기로 합의했다. 더 나아가 부켈레 대통령이 미국 국적의 범죄자도 엘살바도르에 수용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 교도소는 중남미 국가에서도 재소자 인권 침해 논란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초대형 갱단 교도소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서는 재소자들을 속옷 차림으로 빼곡하게 몰아넣는 장면이 수시로 공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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